산문집 『요철과 지그재그론』펴낸 |소설가 이호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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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설가 이호철씨(58)가 최근 산문집 『요철과 지그재그론』(푸른숲간)을 펴냈다.
민주화 열기가 삶의 곳곳에 스며들었던 88, 89년 여러 신문·잡지에 발표한 칼럼 및 산문을 모은 이책에서 우리는 남북 양체제를 체험한 한 실향민 작가의 자유혼을 직접 읽어낼 수 있다.
『어떤 훌륭한 사상이라도 그것이 이념화되면 경색되어 틀을 만들게 되고 그틀은 자연스런 사람사는 동네를 옭아매게 됩니다. 이제 우리사회도 40여년간 우리의 삶을 짓눌렀던 냉전체체아래서의 우익이념·독재의 틀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 수록 이념의 틀을 각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이런 글을 발표하고 책으로 엮어 보았습니다.』
『정치와 권력, 그것을 움직이는 똑똑하다고 하는 몇사람이 사람 살아가는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속속들이 챙기려 드는 것은 오마입니다. 제각기 형편대로, 성향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는 폭이 넓을수록 편편한 사회이고 좋은 정치 아니겠습니까.』
이책의 곳곳에 드러난 「범아나키성」의 의미를 이같이 밝힌 이씨는 물론 최근 사회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에 대해 역사적 패배주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는 것도 알고있다.
『범아나키성에 대한 반대는 엘리트주의 입니다.
똑똑한 사람 몇몇이 민중을 해방시키겠다고 당을 만들어 군림한 볼셰비즘 역시 엘리트주의 입니다. 이제 그폐해가 드러나 동구권 국가들이 당을 해체하고 연정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1950년 월남할 때 까지 북쪽에서 살아왔고 월남후에도 그곳 사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봤던 이씨는 이체 개량주의니 역사적허무주의니 비판만 말고 우리의 현대사와 동시대 세계의 움직임을 함께보는 시각으로서 좌·우 양쪽 이념의 폐해를 가려 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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