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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소국 수리남 |반정게릴라와 내전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남미 동북부에 위치한 소국 수리남에서는 지금 아마존 열대우림지대를 무대로 흑인 반정부게릴라가 활발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게릴라는 겨우 3백명 남짓한 규모로 초라한 숫자지만 무엇보다 원주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어 전체국가 정규군 규모 7천명의 수리남정부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은 열대의 정글을 교묘하게 누비고 다니면서 정부군을 괴롭혀 바야흐로 인구 35만명의 미니국가 수리남은 내전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수리남은 소수의 인도계 및 인도네시아계 인구를 포함, 흑인이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유색인종 국가다.
이들 게릴라들은 지난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좌파 브텔스 군총사령관 정부를 반대하는 미국정부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고 미중앙정보국(CIA)요원이 군사고문으로 활약하고 있어 수리남판 니카라과 콘트라로 불리고 있다.
이들 게릴라의 본거지는 동쪽 프랑스령 가이아나와의 국경지대를 흐르는 마로위네강에 자리잡은 스톨만섬이다.
과거 브텔스사령관의 경호원이었던 브룬스웨이크가 이끄는 게릴라들은 주로 커누를 타고도시로 나가 은행이나 물자수송 차량을 습격해 돈이나 물건을 탈취하곤 재빨리 퇴각하는「히트 앤드 런」식의 유격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이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주민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탈취한 식량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굶주림이 역병처럼 번져있는 이곳 아마존정글에서 이들 게릴라들은 「아마존의 로빈 후드」로 사랑받고 있다.
게밀라들은 이밖에도 주민들 가운데 병든 이들을 돌봐주는가 하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곤 하는 정부군으로부터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기 때문에 주민들은 게릴라들을 한식구처럼 여기고 있다.
수리남은 지난75년 네덜란드령 가이아나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채 싹을 내기도 전인 지난80년 브텔스장군은 무력으로 정권을 강악하고 사회주의노선을 표방, 친쿠바정책을 펴 나갔다.
그러나 브텔스장군의 급격한 사회주의정책과 혹독한 군사독재에 반발한 세력들이 82년 유혈군사 쿠데타를 기도했었다. 이 쿠데타 기도가 불발에 그치고 주모자가 처형되자 미국은 수리남에 대한 경제·군사원조를 중단하고 공개적으로 브텔스정권을 비난하고 나섰다.
경제위기와 함께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이 날로 높아지자 브텔스장군은 지난해1월 민정이양을 단행했으나 곧이어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조속한 민주화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연합에 대패, 수리남 정정은 한층 더 불안해졌다.
국민들이 브텔스군의 만행에 분노, 곳곳에서 정부공공건물에 대한 테러를 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은 게릴라들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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