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 KT배 왕위전' 이창호, 왕위 11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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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0기 KT배 왕위전'

<도전 5번기 제3국>
○. 왕 위 이창호 9단 ●. 도전자 이영구 5단

제10보(131~146)=드라마의 끝은 예고돼 있다. 흑의 이영구 5단의 앞길엔 가혹한 패배가 기다리고 있고 그 운명을 되돌릴 수 없다. 승부사로서는 이때가 가장 서글픈 시간이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끝은 봐야 한다.

131로 끊자 백도 132로 끊는다. 여기서 133으로 백 석 점을 단수하고 134로 따내 천지대패가 났다. 흑에겐 135의 팻감이 있어 일단 한숨 돌린다(137은 패때림). 그러나 백에게도 138의 팻감이 있다. 이창호 9단은 중앙 접전이 시작될 때 백△와 흑▲를 교환해 두었다. 그는 이때 천 리 밖의 패를 예상하고 있었고, 또한 이 한 개의 팻감이 승패를 좌우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흑에겐 더 이상의 팻감이 없었기에 139로 석 점을 때려 해소하지 않을 수 없다. 140을 당하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불가항력이다. 이영구 5단은 이후 몇 수 더 두어 보다가 돌을 던졌다. '참고도' 흑1로 끊어 잡으면 중앙집도 크다. 그러나 평범하게 끝내기 해도 상전벽해로 변한 상변 일대의 백집이 커서 이미 반면으로도 지는 계가다.

도전기는 3대0으로 끝났다. 열아홉 살 이영구는 패기만만했지만 아직 이창호의 적수는 아니었다. 이창호 9단은 이렇게 왕위 11연패의 대업을 이루었다. 1996년 유창혁 9단을 꺾고 왕위에 오른 이후 10번의 도전기에서 모든 도전자를 물리쳤다. 11년은 긴 세월이다. 내년엔 또 누가 찾아올까.

박치문 전문기자

※40기 KT배 왕위전 연재를 마칩니다. 내일부터는 삼성화재배 세계대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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