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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승 '야구의 전설' 송진우를 맞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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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는 베토벤과 같은 시대에 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의 천재적인 선율을 같은 하늘 아래서 호흡하지 못한 것을. 우리는 고흐의 명품을 동시대에 느끼지 못한 것에도 아쉬워하고, 고 손기정옹의 질주를 오래된 화면으로 추억하는 것에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2006년 8월 29일. 한국의 야구팬들은 송진우(한화)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음을 행운으로 여기고 고마워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00승 투수. 그는 야구에서만큼은 베토벤이나 고흐에 뒤지지 않는 천재적인 기질로 1승, 1승을 쌓아올렸고 손기정옹의 멈추지 않는 질주로 200승의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의 손끝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역사는 후손들이 '그 투수와 같은 시대에 살았더라면'이라고 아쉬워하기 충분한 전설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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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가 '4전5기' 끝에 200승 마운드에 우뚝 섰다. 송진우는 2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1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팀의 10-1 대승을 이끌었다. 1989년 프로 데뷔전에서 빙그레(한화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롯데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뒤 18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결실이었다.

송진우는 이날 만 40세6개월13일의 나이로 승리투수가 돼 박철순(전OB.40세5개월23일)의 국내 프로야구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도 바꿔놓았다.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통산 199승째를 올린 뒤 네 번의 등판에서 3패만을 기록했던 송진우는 이날 초반부터 터진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등에 업고 거칠 것 없는 기세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 타선은 2회 초 KIA 선발 전병두를 난타, 대거 7점을 뽑아내 송진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광주구장에는 100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날 93개의 공을 던진 송진우는 통산 4만5676 투구라는 대기록도 만들어냈다.

광주=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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