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환수시기 늦추도록 미국 설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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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비역 대장 60여 명이 31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비역 대장들은 각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1.2.3군 사령관, 한미연합사부사령관 등 한국군의 전쟁 대비 태세를 책임지던 최고의 군사 전문가들이다.

전작권 환수가 문제되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주국방 노선의 시대착오적 세계관 때문만이 아니다. 군사기술적으로도 서부전선 지역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 1000기 가까운 미사일,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파괴 무기, 후방 침투용 대규모 특수부대 등 북한이 보유한 공격 능력에 대한 우리 군의 억지 능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국방부는 전작권 환수 과정과 맞물려 우리 군의 능력을 보강하는 한편 미군의 전시 지원을 보장받음으로써 충분히 전쟁억지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을 듣고도 우리의 안보 태세가 충분할 것으로 안심하는 군사 전문가들과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 간 교섭은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2년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3년을 앞당겨 2009년으로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작권 환수 자체는 이미 기정 사실이 돼 버린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페이스 합참의장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이상희 합참의장의 2012년 환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설과 겹쳐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미 양국은 9월 정상회담과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전작권 환수 논의를 종결 지을 예정이다. 정부에 촉구한다. 이제라도 무모한 자주국방 노선을 재검토해 국민의 안보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라. 전작권 환수 시기를 최소한 우리 군의 능력이 충분히 갖춰지는 시기로 늦추기 위해 미측을 적극 설득하라. 철저한 안보 대비는 한 정권의 자존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수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