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6세 이하 폭력은 평생 상처…조금 더 참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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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힘겨운 양육이 여성들로 하여금 둘째를 갖고 싶지 않게 만든다. 나도 내 아이들을 키울 때 그랬다. 그러니 오랜 시간 다른 집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보육시설장이 지치고 힘들어 아이를 때렸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유아기 아이들은 때리거나 언어 폭력을 쓰며 키워서는 안 된다. 이때 들은 부정적인 말, 맞을 때의 심리적 상처는 뇌에 각인되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라지기는 하지만 무의식 세계로 사라졌다가 성장한 후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를 때 불쑥 나타난다.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배짱이 없는 사람은 자기를 학대하거나 정신병에 걸린다. 자살을 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서적 안정감, 정서적 연대감, 애착 형성, 도덕성의 기초 등이 뇌에 각인되는 영.유아기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비록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지 못한다 해도, 한류를 일으킬 문화적 상품을 당장 만들어내지 못한다 해도, 행동이나 생각이 유치해도 어른들은 사려 깊은 마음으로 민감하게 반응해 주면서 잘 키워야 한다. 엄마.아빠는 물론 친척, 친구, 이웃들이 다 그래야 한다. 아이들을 맡아 돌보고 교육하는 유치원 원장과 교사, 어린이집의 시설장과 보육교사는 아동교육철학.아동발달.유아교수법.부모교육 등으로 교육받고 교육실습을 제대로 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식 획득보다 친사회성이 더 중요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24시간 보육시설에 맡기는 엄마.아빠들도 잠은 잘 것 아닌가.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매일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자야 한다. 늦게 들어온 엄마 아빠를 잠결에 손으로 더듬으며 확인하는 손자들을 보며 갖게 된 확신이다. 힘들고 바빠도 노력하는 부모를 보는 아이들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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