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출현 “기대반 우려반”/3당합당 지켜보는 경제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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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운용 안정”환영속 정경유착 걱정/중견관료 “장관 꿈은 끝났다” 금융가도 인사태풍 예상
「거대여당 출현」­「내각제 개헌」이라는 구도아래 가위 혁명적이라할 정계개편은 앞으로 경제에도 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변화는 경제운용스타일의 변경과 의원내각제 실습에 따른 내각개편. 이와 함께 업계의 영향력이 한층 증대되고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많아져 각종 개혁정책의 추진은 더디어질 것이다.
경제부처들은 앞으로 의원들의 이합집산등 정계개편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거대여당출현이 경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해 대단히 반기는 기색이다.
그동안 경제위기가 정치ㆍ사회등 주변여건의 혼란때문에 초래된 점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처럼 경제가 정치논리에 휩쓸리는 일은 상당히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
그러나 『경계개편 과정중 올봄에 보수대연합에 대한 진보세력의 반격이 드세지면 노사분규에 자극제역할을 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지도 모르며 색깔이 다른 3당의 혼합으로 당분간은 당내에서 경제정책수립에 적잖은 마찰과 잡음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들의 최우선관심은 아무래도 각료들의 개편에 쏠려있다.
현 대통령임기중 의원내각제가 부분적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될 경우 민정당측이 경제총수인 경제기획원장관과 경제운용의 실권을 모두 쥐고 있는 재무부를 놓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일부 경제각료들은 이와 함께 『경제가 워낙 전문성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의원내각제가 굳어지면 현 야당쪽 인사라해도 전직 경제각료나 고위관료출신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공화당쪽에 3공때 전직경제각료들이 많아 공화당이 이를 토대로 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
한편 국ㆍ과장등 중견관료들 사이에는 내각제가 실시되면 장관은 정치인 차례로 차관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가 돼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탄식들이 나오기도.
건설부나 동자부등 장관자리의 야권 「할당」가능성이 있는 부처들은 다소 들떠있는 모습들이며 일부 직원들은 얼떨떨해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차관중심으로 정책이 결정ㆍ집행되고 정치인출신 장ㆍ차관이 인사에 간여하지 못하게하는등 직업관료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인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엉망으로 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높다.
한은은 그동안 4당체제가 재무부의 금융권에 대한 독주에 제동을 걸어준 점도 없지 않았는데 3당합당은 정부가 독주하기 쉬운 체제를 만들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있다.
다음달로 주총이 다가온 시중은행들은 정계개편이 행장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방향을 잡지 못해 당혹해하고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숱한 인사들이 은행간부 물망에 오르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불안이 경제안정에 가장큰 걸림돌이라고 여겨왔던 재계는 보수대연합에 의한 정계개편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전경련은 『정계개편이 경제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경단협도 『3당통합이 남북통일과 경제ㆍ사회안정을 위한 대 포석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는 정계개편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강화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이에 따른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않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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