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63%가 일자리 원한다|노인문제연 대도시 표본조사… 95% "하는일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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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소외된 노년층을 위한 사회복지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아쉬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사부와 서울시등 관계 당국과 사회단체들이 노인들의 일거리 마련등 갖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사회전반의 근본적인 인식개혁 없이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노인문제연구소가 89년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 노인 7백80명을 상대로 표본조사한 결과 불과 5%만이 일거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의 63%는 ▲소외감해소 ▲생산적인 삶 영위 ▲생계 수단 ▲건강등을 이유로 소일거리나 취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소가 집계한 89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60세이상 노령인구는 2백98만명. 연구소 박재간소장은 『최근 핵가족화가 가속화되고 부양의무나 경로의식이 약해지면서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돼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사회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노인인력을 활용하고 이들의 복지를 증진할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시책으로는 보사부가 양로원과 대한노인회 전국지부등의 조직을 활용, 취업알선을 위한 노인능력은행을 개설하고 노인공동작업장을 마련한 것이 고작.
보사부 강윤구가정복지과장은 전국 2백67개소의 능력은행중 30개소에 월30만원씩 지원하고 작업장당 1백50만∼2백만원을 들여 1백7개소의 공동작업장을 마련했으나 『기업체나 사회전반적인 인식부족으로 일감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노인공동작업장은 86년 4개소에서 89년 70개소로 늘었다.
현재 1개소에 15∼20명씩 모두 1천4백여명의 노인이 옷걸이만들기·봉투붙이기·상자접 기·의류실밥따기등으로 소일하며 월평균 1인당 5만∼10만원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 안희옥부녀복지과장은 『노인들의 일에 대한 자세도 문제지만 노인소외 문제와 불우노인의 생계방안에대한 사회적인 인식부족으로 사업운영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단체로는 생명의 전화·은초록(며느리전화)등이 노인들을 위한 갖가지 부업과 노인집보기·아기보기 프로그램등의 일자리마련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신청자에 비해 일감은 지극히 적어 많은 노인들이 힘없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서울성북구월곡동)2층의 노인부업실에는 매일 10여명의 노인이 나와 강당 10∼40원하는 수출용의류 실밥뜯기로 하루 2천∼4천원의 벌이를 하고 있다.
조병락할아버지 (67·월곡동)는 『돈벌이도 문제지만 일감이 계속 이어져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답답함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위안과 소일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노인문제연구소 박소장은 『서독의 경우 창고지키기, 공원관리, 전기·수도검침, 아파트청소등 3백50종의 직업을 노인들의 일감으로 지정하고 고령자 취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1백명이상 고용기업체가 60세이상의 노인을 일정비율 고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마련을 올해의 중점사업으로 채택하고 있는 서울시 가정복지과는 노인인력 활용방안으로 국민학교 앞에서 등·하교때 어린이의 안전을 보살펴주는 「교통 할아버지」, 공원·놀이터·유원지등의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골목할아버지」, 청소년 단체나 독서실등에서 청소년에게 한문·서예·자연보호등을 가르칠 교사출신의 「할아버지 선생님」제도를 22개구 44개동에서 3만4천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예산은 1억1천여만원으로 노인들이 하루 3∼4시간 참여케해 5천원을 지급할 계획.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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