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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신당 생긴다”… 휴일 대충격/숨가빴던 청와대ㆍ여야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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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대통령 신당의 총보스 역할 기대 청와대/제2의 6ㆍ29선언… 혁명적인 변화 민정/당내 중진 대부분 합류쪽으로 선회 민주/JP 구상 실현에 만족… 무조건 추종 공화
○청와대
○…노태우 대통령은 22일 금주 잡혀있던 내무부등 5개 부처에 대한 업무보고를 포함,미리 잡혀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3당합당에 따른 후속조치에 전념할 예정.
노대통령은 우선 22일 김영삼ㆍ김종필 총재가 청와대에 대기하는 가운데 긴급 민정당중집위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소집,합당의 경위ㆍ배경 및 향후 민정당의 진로를 설명.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원칙에는 합의가 됐으나 여러 미진한 부분이 많아 회담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만찬까지 비워놓은 것으로 보아 오후가 돼서야 끝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
노대통령은 23일에는 백담사로 사람을 보내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합당의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고 최규하ㆍ윤보선 전 대통령,3군 핵심간부,김수환 추기경에게도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설명할 계획.
○…이번 합당의 막후에서 여권에서는 홍성철 비서실장ㆍ박철언 정무장관이 직접 관여하고 서동권 안기부장도 배후에서 여러 일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뿌리를 감안하여 홍실장은 공화당을,박장관은 민주당을 맡아 접촉을 벌였으며 서 안기부장은 그때그때 여야 의원들을 광범하게 접촉하여 분위기를 몰아갔다는 것.
따라서 개편의 내막을 아는 사람은 여권에서도 극히 소수에 불과했으며 전임 이춘구 총장ㆍ이한동 총무도 5공청산에 매달려 깊숙한 내막은 몰랐을 것이라는 얘기.
특히 박준병 총장의 경우 당직을 맡기 전 박장관을 도와 개편작업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가 총장으로 재임명된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었다는 해석이 뒤늦게 나오기도.
○…청와대는 이번 개혁을 통해 과연 노대통령의 위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관심을 집중.
일부에서는 임기가 3년이나 남았으나 정계가 흐트러지고 새로운 실력자들이 부상됨에 따라 「레임 덕」현상이 빨리 올 것으로 우려하기도 하나 전반적으로는 이번 개편을 통해 노대통령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이 결국 3당의 총재위에 한단계 높이 서서 국정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국회는 물론 정국전반에 그 영향력이 크게 되었다』면서 『합당의 전제가 노대통령의 임기를 무사히 끝내고 내각제로 다음 임기를 시작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은 거대여당의 총 「보스」로서 명실상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
여권의 일부에서 이러한 개편에 심정적으로 반발을 보일지 모르나 결국 『이 배를 타지 않으면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백담사 쪽이나 정호용씨 쪽에서는 이러한 개편을 통해 여권내부의 한 지류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만큼 이러한 개편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통령은 연초부터 범여권 단합을 위해 조용한 움직임이 있었다.
백담사에 홍비서실장을 보내는가 하면 권익현씨등 여권에서 현재 소외되어 있는 인사들도 다독거리는 행사를 계속해왔다.
○민정
○…민정당은 21일 밤 롯데호텔에서 긴급확대당직자회의를 열어 3당 합당 결정과정에서 소외됐던 대다수 당직자들에게 기본방침등을 간략히 설명.
박태준 대표위원과 박준병 총장으로부터 3당합당문제 논의를 위한 22일 청와대회담과 내각제개헌 추진사실을 통보받은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혁명적 변화라고 촌평.
박대표ㆍ박총장의 설명과 보충설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충격을 받은듯 어리둥절한 표정.
특히 채문식ㆍ윤길중ㆍ유학성ㆍ김정례 고문 등은 『지도체제는 어떻게 되느냐』 『평민당의 반발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
그러나 박대표는 『내일 회담후 노총재가 직접 설명할 테니 궁금하더라도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끝내 함구하면서 『이번 통합은 정치발전 과정에 있어 역사적 필연성에 입각하고 있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민주발전의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렵다는 노대통령과 두 김총재간의 인식위에서 추진케 된 것』이라고 강조.
박대표는 또 『노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제2의 6ㆍ29선언이자 6ㆍ29선언의 구체화』라는 말로 내용설명을 대신.
때문에 깊은 논의는 없었으나 채고문등이 『원칙이 합의됐다지만 할 일은 많다. 합당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사실 원칙합의보다도 나머지 사안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분발을 촉구.
○…민정당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합당소식이 전해지자 『2년간 피땀흘려 가꾼 지구당을 내주게 됐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인데 특히 지역구 경합파트너가 민주ㆍ공화당 의원들인 부산ㆍ충남과 서울 일부 지역 위원장들은 별도 모임을 구성해 자구책을 강구할 태세.
○민주
○…3당통합의 대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야권통합등에 공감하며 눈치를 봐오던 당내 중진들은 대부분이 합류 쪽으로 선회한 반면,최형우 전 총무 및 김상현 부총재등 몇몇은 『당을 지키겠다』며 잔류를 공언.
부산에 내려가 있는 최 전총무는 『인간적으로 김영삼 총재에 대한 존경심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를 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혀 독자노선을 갈 것임을 명확히 했고 김상현 부총재는 『총재의 구상이 민족ㆍ역사ㆍ민주와의 편이 아니라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명.
또 김정길 의원은 『난파된 보수야당의 맥을 이으면서 양심세력들을 규합해 나갈 것』이라며 『몇사람이 됐든 끝까지 남겠다』고 선언.
한편 향배에 관심을 끌었던 이기택 총무는 22일의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한마디도 언급을 안했는데 주변에서는 『결국 총재노선에 합류하게 될 것 같다』고 관측.
○…김총재는 이날 오전 서청원 실장ㆍ강삼재 대변인ㆍ김희완 부대변인 등을 상도동으로 불러 잠시 청와대 회동과 관련,대책을 숙의한 뒤 평소대로 오전중 교회를 다녀온 다음 오후 내내 자택에 머물며 구상을 다듬다 오후 8시30분쯤 기자들과 잠시 만났는데 계속 즐거운 표정.
김총재는 청와대 3자회담에서 자신이 차지하게 될 위상 및 민주당의 지분확보에 깊은 관심.
김총재측은 공개적으로 거론치는 않고 있지만 일단 내각제 첫 수반은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
즉 정통야당의 적통을 내놓고 참여하는 데 대한 응분의 예우와 지분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이에 관해 이미 여쪽이 묵계 내지 양해를 했다는 소문도 있으며 각계 인사를 영입해 앞으로 파벌정치에 대비,상도동 사단 구축에 부심하고 있다는 소문.
○공화
○…공화당은 22일 청와대회담에 앞서 일요일인 21일 저녁 시내 르네상스호텔에서 의원 및 당무위원 연석간담회를 열어 김종필 총재가 신당결성을 발표하고 동참을 다짐.
김총재는 이날 엄숙한 어조로 『국태민안과 경제도약,통일대비 등을 위해 보수세력이 대동단결 하는 것』이라며 신당결성 취지를 설명.
김총재는 『선진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3당통합을 추구하면서 노대통령 및 김영삼 민주당 총재와 같은 인식하에서 의견을 나눴다』면서 『그동안 의견의 괴리도 있었고 한 때는 실망도 했으나 조심스럽게 개편을 추진해와 이제 결실을 보게됐다』고 피력.
그는 『온갖 견제와 억압에도 불구,공화당에 자진참여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악한 여건속에서 의석까지 차지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감회를 피력한 뒤 『나를 신뢰와 우정,따뜻한 정감으로 대해준 여러분과 앞으로도 고락을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
○…21일 저녁 김종필 총재와의 간담회에서 비로소 신당창당 소식을 전달받은 공화당 의원 및 당직자들은 『결국 김총재의 구상대로 된 것』이라며 반기면서도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한 표정.
지역구인 대전에서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에 온 김현 의원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 했고 이대엽 의원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놀라움을 표시.
이날 간담회는 질문 한번없이 김총재의 일방적 발표에 박수와 함께 건배하는 것으로 끝나 공화당 특유의 「무조건 추종」 분위기를 보였으나 참석자들은 간담회후 당직배분등에 관심을 표하며 설왕설래.<문창극ㆍ김용일ㆍ노재현기자>
◎정세 너무 낙관했다… 허찔린 분위기 평민
○평민
○…평민당은 기습적인 거대여당 결성에 완전히 허를 찔린 분위기.
21일 밤 호텔신라에서의 국회 경과위원 만찬모임을 끝내고 동교동 자택으로 돌아온 김대중 총재는 『나의 심정은 굉장히 착잡하고 한심스럽다』고 허탈감 섞인 목소리로 비감함을 토로.
김총재는 『30년 정치를 하면서 무수한 격변을 겪어왔지만 이런 비상식ㆍ국민부재의 정치는 처음 봤다』고 기가 막힌다는 표정.
평민당은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급속한 움직임을 전혀 체크하지 못한데 대한 당내 비판과 자성론이 대두.
당내 중진ㆍ소장파 의원들 사이엔 대여채널을 독점한 김원기 총무의 역할에 의문점을 강력 제기,한 중진의원은 『김총무는 민정­평민 양당 구조에 대한 낙관론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여 창구단일화가 결국 우리를 무방비상태에 빠뜨렸다』고 성토.
또다른 중진의원도 『저쪽 정보를 어떻게 갖고 왔길래 총재가 평양에 당대표를 파견한다는 얘기를 청와대에 가서 했겠느냐』며 『김총무가 여권의 고단수에 말린 것 같다』고 비판.
○…22일 평민당 총재단회의는 김대중 총재의 표현대로 비장함과 결연함이 가득찬 분위기.
이날 김총재는 이례적으로 회의결과 내용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의원직 총사퇴와 내각제 개헌을 묻는 총선이란 최후의 사생결단식 카드를 제시.
김총재는 이번 타 3당 합당선언을 「제2의 유신」이라고 거침없이 규정하고 『이런 사태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고 국민도 엄중한 눈초리로 지켜보며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
한광옥 비서실장은 『3당합당은 민정의 각본,공화의 연출,민주의 주연에 의해 이뤄진 치졸한 작품』이라고 혹평했고 유준상 경과위원장은 『이제 껍데기 민주세력은 가고 진짜 민주세력이 결집할 때』라고 주장.
○…청와대 3자회동 전날인 21일 저녁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국회 경과위 신년회에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박태준 민정당 대표위원을 비롯,민주당의 창당주역인 황병태 의원 등이 참석해 분위기가 극도로 어색.
유준상 경과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만찬에서 시종 굳은 표정의 김대중 총재는 인사말을 할 차례가 되자 옆자리의 박태준 대표를 지목,『내가 박대표를 완전히 잘못 짚었다. 박대표는 마치 포철을 운영하듯 정국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다. 대표 취임 때 정국안정을 기대한다고 잘못 논평한 나의 무식과 식견 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
김총재는 이어 『여기엔 전부 무서운 분들만 모인 것 같다. 박대표나 황병태 의원,김태호 내무장관도 그렇고 불참한 김용환 의원도 하는 일들이 무섭다』고 하자 만찬석상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
뒤숭숭한 만찬분위기는 식사후 경희대 성악과 여학생이 부른 축가의 제목이 하필 『날 울게 버려두오』(헨델 곡)여서 점입가경.
「울게 버려두 괴로운 운명… 한많은 세상 번민에 싸여…」라는 이탈리아어 가사의 실연가를 김총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경청.
○야통합파
○…평민당내 야권통합파 중진ㆍ소장의원들은 21일 오후 서울 안암동 조윤형 부총재 자택에서 모임을 갖고 평민ㆍ민주잔류ㆍ재야의 야권통합을 보다 신속히 추진키로 결의.
이날 회동엔 정대철 문공위원장,이상수ㆍ이해찬ㆍ양성우ㆍ이철용 의원 등 재야파,김종완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는데 『평민당의 통합움직임 속도에 따라 민주당의 이탈움직임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정위원장은 『범민주세력의 통합엔 평민당 중심이란 있을 수 없다』고 기득권 포기의 필요성을 강조. 또 조 부총재는 『흡수통합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가세.
김종완 의원은 『호남출신 의원들도 겉으로 얘긴 못하지만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
일부 의원들은 『평민당내 비호남출신 몇몇 의원은 김총재가 「유일야당 고수론」에 집착할 경우 이를 빌미로 거대여당 합류 명분을 삼을지 모른다』며 김총재의 결단을 촉구.<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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