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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팝뮤직의 접목에도 힘써볼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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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요의 방송비중이 점점 커지고 스폰서들을 의식한 대중음악프로만 늘어가는 마당에 그래도 MBC-FM『성시완의 디스크 쇼』는 프로그레시브·재즈·뉴에이지 음악들을 다양하게 방송, 청취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81년 MBC주최의 전국DJ콘테스트에서 첨단의 구체성 음악을 다룬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성시완씨(30)는 82년부터 2년여간 심야음악프로인『음악이 흐르는 밤에』를 진행하다 도미, 웨인주립대에서 라디오·TV·영화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기도 한 이 방면의 전문가다.
국교2년 때부터 레코드를 모으는데 관심을 가졌고 중학시절 펜팔로 알게된 스웨덴의 친구로부터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소개받았을 때부터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매혹됐다는 성씨는 『훌륭한 음악을 남에게 들러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가 없어 DJ가 됐고 또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고 음반·자료 등을 수집하는데 열중하다보니 영어·일어뿐만 아니라 불어·독어·이탈리아어까지도 읽어내게 됐다는 성씨는 대학 때 전공인 전기공학을 살려 음향 기기 들도 마음대로 주무르는 수준 높은 재능 꾼 이기도 하다.
성씨는 또 미국의 대형 레코드 점에 가서도 A부터 Z까지 5∼6시간 음반을 모두 뒤지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음반수집광이어서 1만 여장에 가까운 원판음반과 여러 가지 희귀한 음반·테이프·자료·음향 기기를 가지고 있다.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음반과 음악서적을 사는데 돈을 마구 써 재벌2세인 양 사치스럽다는 오해를 받을 때」가 성씨에겐 가장 당혹스럽다고.
85년 미국유학 중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기프로의 애청자와 결혼한 성씨는 여느 예술가 못지 않게 순수한 감수성으로 고정 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제는 음악적인 비즈니스에도 뛰어들어 소규모 음반회사나 스튜디오를 마련해 음악을 직접 생산해내고 한국의 국악과 프로그레시브를 접목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싶어요.』
성씨와 같이 음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본격DJ들이 FM방송 DJ를 마치 연예인들이나 아나운서들이 능숙한 말솜씨나 익히는 훈련과정으로 여기는 듯한 요즈음 그나마 FM음악프로의 권위를 지켜주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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