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다산 사상 대중화 향해 띄운 편지 묶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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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자는 문득 '셰익스피어와 정약용'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16세기 영국의 대문호와 18세기 조선의 대학자. 분야도 시대도 다른 두 인물을 뜬금없이 왜 비교하는 것일까. 셰익스피어학은 전세계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다산학은 한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야 중학생도 한 두편은 읽어봤을 텐데, 민족의 자랑인 '목민심서'는 구경도 못한 한국인이 대부분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쯤에서 한국의 '문명사'에 대한 묘한 감정이 들게 되는데,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는 대단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현대인이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지만 다산 정약용의 방대한 저서는 한문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현대 한국인이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문명과 역사의 단절이다. 그래서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2'의 가치가 돋보인다.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으며, 그 중 경학 관계 저술만도 232권에 이르는 철학자이자 2500여수에 이르는 시를 남긴 시인이었던 다산의 사상을 현재화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산 사상의 대중화를 위해 2004년 6월부터 꾸준한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이 글을 소개해 왔다. 꼬박 2년을 넘은 그의 '편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한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저자의 개인적 이력도 책의 무게를 더한다. 고 김남주 시인과 함께 유신반대를 외치다 투옥된 것을 시작으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수차례 옥고를 치뤘다.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교육위 활동 평가에서 언론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1970년대 당시 교사 생활을 하던 그와 친분을 맺은 소설가 황석영은 "박석무의 역사와 고전에 관한 박학다식과 장광설은 당대에 거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데가 있다"고 평가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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