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자-담배인삼공사|「흡연 위해성」싸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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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담배의 판매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한국담배인삼공사 측의 홍보전략에 대해 예방의학계가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나서「흡연의 위해성」여부를 둘러싸고 앞으로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연세대의대 신동천 교수(예방의학)는 최근 공사 측이 발간한 홍보책자『흡연이 건강에 그렇게 유해한가』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공사 측의 홍보책자에는「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은 외국에서 한 역학조사로 우리에게는 맞지 않으며 따라서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대주의자들의 발상」이라는 식으로 금연운동을 공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자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미국등 선진국의 흡연 율이 30∼40%로 우리 나라보다 낮은데도 폐암환자는 훨씬 더 많다 ▲흡연 량이 여자보다 월등히 많은 국내 남자의 평균수명이 여자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약2세)점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 등 의학자들은『공사 측이 전매사업의 수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과학적인 사실조차 부정하며 국민건강을 해치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즉 미국의 경우 현재의 흡연 율은 낮지만20∼30년 전에는 70%에 달했으며 그 결과 흡연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최근에는 폐암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나라의 평균수명은 어린이 때 얼마나 죽느냐(영아사망률)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흡연 량이 수명과 별 관계가 없다」는 식의 공사 측 주장은 설득력이 적다는 것이다.
공사 측은 홍보책자에서 ▲날로 심해지고 있는 대기오염에 비하면 흡연의 피해는 대수롭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외국을 무조건 모방하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신 교수는『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염된 대기중의 벤조피렌(발암물질)농도는 담배연기로 자욱한 실내의 경우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대기오염문제도 중요하나 실내흡연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홍보책자에「금연이란 두 글자를 볼 때는 무슨 송충이나 독사를 보는 것같이 소름이 끼친다」는 한 시인의 수필 구절까지 인용한데대해 국민건강을 도외시한 공사 측의 무책임성을 비난했다.
한편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이 같은 내용의 책자가 내부교육용으로 제작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이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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