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판검사, 경찰 15명 브로커 김홍수씨 돈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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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현직 판사와 검사, 경찰관 등 15명이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에게서 사건 청탁 또는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3일 조관행(49.수감 중) 전 고법 부장판사 등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전직 판사 두 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 두 명, 경찰관 한 명 등 5명을 일괄 기소했다. 또 김씨에게 전별금.휴가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 4명과 현직 검사 한 명, 경찰관 3명은 해당 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이인규 3차장 검사는 "비위사실을 통보한 이들은 대가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사법처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7일 구속기소된 김영광(42) 전 검사와 민오기(51) 총경 등을 포함, 브로커 김씨의 돈을 받은 15명의 법조인과 경찰 가운데 7명이 기소됐다.

◆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직 때 돈 받아"=검찰에 따르면 김모(46) 전 부장판사는 2003년 브로커 김씨에게서 "내가 아는 사람이 폭력사건에 연루됐는데 담당 재판부에 잘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김 전 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다 21일 사직했다.

부장검사 출신 박모(48) 변호사는 현직에 있을 때 김씨에게서 1400만원을 받고 장모씨의 횡령 사건 등 3건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혐의다. 역시 부장검사 출신인 송모(44) 변호사는 지난해 1~5월 김씨에게서 고모씨의 배임사건 청탁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모(42) 경정은 2004년 김씨에게 박모씨의 지명수배 조회 결과를 알려주고 사기 사건을 잘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서 민.형사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구속된 조 전 판사도 함께 기소했다.

◆ "스폰서 문화가 문제"=이번 사건은 전관 변호사와 판.검사가 결탁했던 과거 법조비리와 달리 브로커와 차관급 법관 등이 직접 돈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법조비리 사건으로 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스폰서 문화'가 잔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24일 감찰 활동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조비리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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