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투자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고수들의 답변은 '원칙' '상식' '균형' 등 원론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고수의 한마디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사실 이런 원칙적이면서 상식적인 답변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주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한 한마디를 투자자들은 갈망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47.사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균형과 상식'을 강조했다. 다른 고수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며 마무리를 할 즈음, 그는 덧붙였다.

"이때다 싶으면 바로 실행하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장 대표는 동부증권과 현대투신을 거쳐 1999년 KTB자산운용을 설립한 스타 펀드매니저다. 한때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하면서 전국적인 펀드 열풍을 끌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KTB자산운용은 올 상반기 본지와 제로인이 공동으로 한 상반기 펀드평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주식형 펀드의 성장형과 안정성장형에서 2분기와 6개월 전체 모두 1위에 올라 실력을 과시했다.

그는 "투자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투자할 시점이란 판단이 생기면 바로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것, 그것이 부자를 만들어주는 비결이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파트를 사고판 예를 들었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바로 직전. 그는 금리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곧바로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 주변의 반대가 많았지만 그는 실행했다. 곧바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금리는 폭등했고, 아파트 가격은 추락했다.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장 사장은 아파트 판 돈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뒤 아파트 가격이 30% 정도 하락했을 때 다시 사들이는 '투자 고수'다운 실력을 보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실행만 강조하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실행은 신중한 결정 후에 할 일이다. 장 사장은 "실행과 달리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정을 할 때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리스크 관리가 워낙 철저해 대세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펀드 매니저로 정평이 나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바닥에서 사고 꼭지에서 팔면 좋겠지만 이는 어쩌다 한번 생길까 말까 하는 요행이란 것이다. 그는 "추세를 꼼꼼히 확인하고 리스크 관리를 한 뒤라면 무릎에서 주식을 사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비처럼 날아서(신중한 결정) 벌처럼 쏘는(즉각적인 실행)' 투자가 그것이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