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민국' 아빠 김성주 "나의 힘은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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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품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하품이 나오듯, 그저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환한 웃음이 전염되는 사람이 있다. 언제나 눈도 웃고, 입술 끝도 웃고, 목소리마저도 늘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이 남자, MBC의 김성주 아나운서. 얼굴 근육뿐만 아니라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원하게 배어 나오는 그의 웃음의 힘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그럼요. 대한민국이죠. 2006년 독일 월드컵 경기 중계를 하면서 제가 그렇게 목이 쉬도록 외쳤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물론 저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20개월 된 아들 '민국'이 생각만 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절로 웃음이 난다니까요."

2년 전, 결혼 3년 만에 3대 독자 김성주의 첫 아들이 태어나자 그의 아버지는 귀하디 귀한 4대 독자 손자의 이름만큼은 직접 지어주고 싶으셨다고.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영감을 얻어 심혈을 기울여 작명한 세 글자, 김민국. 그런데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외국에서도 쉽게 불릴 수 있는 친근한 이름을 갖게 하고 싶었던 김성주 아나운서에게 민국이는 너무도 한국적인 이름이었던 것.

"처음엔 속상했죠. 조금 더 세련되었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부르다 보니까 정감 어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말 좋은 이름이라는 생각 들더라고요. 특히 결정적으로 이번 월드컵 때 말이죠."

그래서였을까. 국가와 민족과 아들을 생각하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진정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그의 생생한 경기 중계는 더욱 빛을 발하여 심지어 최고의 시청률도 기록했다. 덕분에 '국민 아나운서'라는 묵직한 타이틀까지 얻게 된 그는 독일에서 장장 45일 동안 첫 경기부터 결승까지 손에 땀을 쥐는 방송을 쉼없이 진행했는데.

"사실은 딱 하루 8강 전 중계를 못 했어요.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우리나라가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하자 긴장이 확 풀리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아들 민국이가 아파 병원서 입원했다는 연락도 온 거예요."

대한민국도 패하고, 어린 민국이도 아프고, 결국 먼나먼 타국에서 김성주도 앓아눕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국민을 뜨거운 호응과 건강하게 방송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가족 생각에 불덩이 같은 고열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던가. 김성주의 행복한 웃음 바이러스가 멀리, 그리고 오래 전파될 수 있도록 그를 웃게 만드는 대한민국도, 아들 민국이도 언제나 파이팅!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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