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왜 反盧로 돌아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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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민련 김종필(JP)총재가 재신임 정국에서 연일 '마이 웨이'(내 갈 길을 가겠다)를 외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 시절 일본 정계의 지인들을 소개해 주고,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돕는 등 우군을 자처했던 JP는 최근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盧대통령을 향해 "스스로 하야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최근 당내 인사들과의 모임에선 "만일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부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14일 충남 계룡시장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JP는 盧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이 같은 터무니없는 불행한 사태가 있을 수 있느냐"며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JP가 친노에서 반노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측근들은 "총선전략으로 예정된 수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측근은 "JP가 최근 들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이다. 이를 위해선 충청권 지지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의 충청권 의원 여섯명이 모두 통합신당행을 택한 데서 보듯 신당 역시 충청권을 공략 중이다. 결국 반노 정책은 JP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자민련의 한 핵심당직자는 "내년 총선을 위해선 한나라당.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에 대한 섭섭함도 작용한 것 같다. 대선 때부터 盧대통령을 도왔지만 아무런 감사의 표시나 보상이 없어 JP가 노여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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