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뜨나 했더니 … 입소문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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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증도에 국내 최대 규모(140만 평)의 염전을 갖고 있는 태평소금은 지난 10일 주부포털 사이트 '아줌마닷컴' 회원 40명을 초청해 염전 체험 행사를 했다. 이날 주부들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무래질을 하면서 소금을 모으는 일을 했다. 이 행사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태평소금의 고급 소금 브랜드 '섬들채'의 출시를 앞두고 입소문 마케팅 대행사 AML이 마련한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이란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자발적으로 퍼뜨리게 함으로써 매출을 높이는 판매 기법이다. 실제 체험 행사 뒤 포털 게시판에는 "소금이라고 다 같은 소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태평소금의 안일수 마케팅실장은 "순수 천일염을 원재료로 만드는 고급 소금을 웰빙에 관심이 있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직접 알리기 위해 소금이 생산되는 10월까지 지속적으로 체험 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상품에 대한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최근엔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준비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소비자 체험 행사와 인터넷이 결합한 형태다.

지난해 말 웅진쿠첸은 황동 전기밥솥을 내놓으면서 200명의 주부 체험단을 모집해 입소문을 냈다. 포화 상태인 전기밥솥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써 본 사람의 상품평이 확산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체험단은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에 사용 후기를 적었고, 이 내용들이 소문으로 퍼졌다. 웅진쿠첸은 올해 4월 브랜드 카페를 열고 흩어져 있던 입소문을 한 곳에 모아 1만2000여 명의 주부 회원들이 공유하도록 했다.

이미 형성된 입소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2000년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화장품업체 SK-Ⅱ는 '피부가 좋지 않은 연예인이 사용하고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 덕분에 시장에 안착했다. SK-Ⅱ는 이런 입소문을 유지하기 위해 아나운서.디자이너 등 전문직 여성을 대상으로 클럽을 만들어 신제품이 나오면 이들에게 먼저 써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입소문 마케팅이 꼭 좋은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품질이 좋지 않으면 되레 나쁜 평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엔 입소문 마케팅을 함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LG경제연구원 허원무 책임연구원은 "인위적으로 좋은 소문을 내더라도 고객에게 만족을 주지 않으면 소문이 지속될 수 없다"며 "좋은 입소문이 오래 가려면 소비자에게 신뢰와 애착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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