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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뿌리혹박테리아 공생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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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 가운데 공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생관계가 악어와 악어새다. 악어는 입 안의 찌꺼기를 없애고 악어새는 별다른 위험 없이 찌꺼기를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식이다.

또 다른 예가 콩과식물과 '리조비아'라는 뿌리혹박테리아의 관계다. 리조비아는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처럼 붙어 콩과식물이 필요로하는 질소원을 제공한다.

대기 중의 80%를 차지하는 질소가스를 콩과식물이 단백질 생성 등의 대사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고 대신 리조비아는 콩과식물로부터 번식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공생관계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소개됐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이들의 공생관계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캘리포니아주립대(데이비스) 진화생태학자 토비 키어스 교수는 이들의 관계가 콩과식물이 우위에 선 일방적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번식과 성장에만 몰두하고 콩과식물이 필요로 하는 질소원 공급을 게을리하는 리조비아에 대해서는 콩과식물이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공생관계를 중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질소를 없앤 공기를 실험에 사용했다. 당연히 리조비아는 평소 만들어내던 질소원의 1%만을 제공했고, 콩과식물은 곧바로 뿌리혹으로 흘러들어가는 영양분과 산소의 흐름을 막아버렸다. 약속했던 질소원을 못 받았으니 영양분과 산소도 건네줄 수 없다는 식이다. 결국 리조비아의 성장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키어스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달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영국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버나드 크레스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즉, 공생관계가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라 인간세계의 '무역'과 같이 차가운 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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