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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 전-정씨 갈길 재촉|백담사 측근 4인 4시간회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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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24일 저녁 백담사를 방문한 장세동·안현태·이양우·민정기씨 등 측근들과 4시간동안에 걸쳐 대책을 숙의한 끝에 「31일 증언」을 결심.
장씨 등 측근 4명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이날 오후5시30분쯤 백담사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이미 연내증언방침을 세운 듯 출발 전부터 보도진에게『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임을 흘리기도 했다.
전씨는 이들과 회동에서 『노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연내증언이 5공 청산의 마지막 매듭이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수락의사를 밝혀 노·전 전화통화 등으로 이미 방침이 서 있었음을 시사.
○…백담사 대책회의를 마친 이들은 밤 9시30분쯤 입구로 내려와 보도진에게 증언수락사실을 발표.
이양우 변호사는 『국민의 여망과 여야의 합의를 존중해 전씨가 결단을 내렸다』며 의미를 부각시키려 노력.
이씨는 기자들이『그러면 그 동안 실무에 어려움이 많아 연내증언이 어렵다고 한 것은 무슨 이유냐』고 꼬집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무팀에 31일까지 맞추라고 분부했다』고 계속 전씨의 말을 강조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내용.
-31일 국회의 출석요구를 받아들인 이유는.
『31일 날짜에 실무를 맞추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여야합의와 국민의 연내 5공 청산이라는 여망을 존중하는 것이 전 전 대통령의 뜻이다.』
-계속 시일이 촉박해 31일은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는데.
『국민적 여망, 여야합의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볼 때 완벽을 기하려다 연말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최규하씨의 선증언과 정호용씨의 선의원직 사퇴와는 관련 없나.
『우리 나름대로 판단, 증언을 하는 것이므로 최씨와 정씨와 는관련이 없다.』
-서울거주 문제는.
『현재 증언전후 거처 이전문제는 논의한 바 없다.』
-생중계와 보충질의에 대한논란이 있는데….
『녹화중계는 여야의 합의다. 보충질의는 여야의 협상결과를 지켜보겠다.』
-전씨의 증언이 하루 내에 마무리되지 못하면 증언연장을 할 수 있는가.
『가정을 전제로 대답할 수 없다.』
-질의서의 질의내용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없는가.
『대답하기 곤란한 점은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준비사항이 질의내용과 다르고 세부사항에 중점이 두어져있어 다시 준비해야한다. 답변을 정호용씨 등과 상의할 생각은 없다.』
-출석요구서와 질의서를 받았을 때 전씨의 소감은.
『소감피력은 없었다.』
-실무팀은 어떻게 구성되나.
『주로 민정기 비서관이 중심이 돼 장세동·안현태씨와 본인 등 4명이 참여할 것이다.』
-백담사에 오기 전에 청와대와 접촉이 있었나.
『만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노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이 통화를 한 이후 연내에 증언을 끝낼 수 있다는 확실한 감을 잡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백담사 실무진들을 다독거려가며 증언절차. 내용 등에 대해 협상을 벌여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주 중반부터 『19일의 통화로 노 대통령과 전씨의 면담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말해 그날의 통화로 두 사람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이며 이때 전씨가 『연내에 증언을 끝내겠다』는 확답을 해 주었다는 후문.
특히 지난 21일 홍성철 비서실장이 『연내증언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며 『증언 하루 이틀 전에는 전 전 대통령이 서울로 올라와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이때 당사자간의 협상은 이미 끝난 상태임을 암시.
이런 가운데서도 백담사쪽 실무진들이 질문서문항과 보충질문의 형식을 가지고 계속 연내증언이 어려울 듯이 흘리는데 대해 『백담사와의 상태가 결코 악화돼 있지 않다』면서 『백담사의 이 같은 시비는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투정』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무진의 불만과는 별도로 고위급 막후절충이 있었다는 시사인데 청와대-백담사간 핫라인이 가설돼 노·전간의 몇 차례 긴밀한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
따라서 전씨로부터 연내증언 결심을 받아낸 청와대측은 그 이후부터는 야3당과 접촉을 벌이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질문서를 만들어 낼 것을 촉구하며 보충질문에서「독한소리」를 빼도록 하는 한편 연내증언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받아내는데 성공.
한편 김영삼 민주당총재도 지난 주말께 이기택 총무를. 대동하고 이양우 변호사를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는 전씨의 법정대리인인 이변호사에게 연내증언실현을 요구하고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사법처리 등 보다 강경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음을 통고, 31일 증언의 지원사격을 했다는 후문. <백담사=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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