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하갱도 파일 박기 작업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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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당국은 핵실험과 관련된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입체적인 정보수집 수단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진정찰위성을 이용해 핵 실험장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매일 촬영하고 한국은 통신감청과 스파이정보 등으로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왔다.

정보 당국이 함경북도 길주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난달 5일을 전후해서다. 핵실험과 관련된 대화가 부쩍 늘어났다는 첩보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길주는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이 '지하갱도'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한.미 정보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던 터였다. 2004년부터는 핵실험 후보지로 주목됐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이어 다음 카드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길주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판단해 왔다. 지난해 5월엔 지하갱도에 파일을 박는 작업을 한 사실이 미국의 정찰위성을 통해 확인됐다.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최근 핵실험에 필요한 광케이블이 길주 부근으로 옮겨지고 있는 장면이 미국의 정찰위성에 포착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광케이블은 핵폭발 과정을 관측하는 데 필수적이다. 고속 카메라와 각종 계측장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광케이블이 필요하다. 첩보 내용이 정확하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핵 실험장으로 추정되는 길주 지역의 주민을 최근 다른 지역으로 소개한 것도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낙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미사일 시험발사로 중국과 사이가 멀어지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마당에 또다시 핵실험을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 길주=길주에는 1958년 소련의 지원을 받아 건설한 핵 훈련 센터가 있다. 영변 핵연구소와 함께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중요한 시설로 추정되는 이유다. 길주로부터 30km 떨어진 곳에는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 2호를 발사한 무수단리 기지가 위치해 있다. 핵 훈련 센터에서 제작된 핵탄두를 무수단리에 있는 미사일과 결합하기에 수월한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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