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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팬 '어린이'의 속터진다는 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초등학생' 명의의 이색 유머 글이 올라와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이 글은 네이버등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지난 16일 저녁 벌어진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보고 흥분을 참지 못해 글을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고 밝힌 이 '초등학생'은 롯데가 9회말 6점을 실점하며 10-9로 역전패하자 노무현 대통령에게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 롯데 강병철 감독의 자진퇴진에 힘써달라며 글을 이어갔다.

롯데는 9회초 공격을 끝냈을 때만해도 9-4로 앞서고 있었다. 어린이라고 주장하는 이 글의 저자는 야구를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을 배우고 있다며 부진한 롯데팀으로 인해 늦은 밤 숙제가 손에 안잡힌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는 등 재치 넘치는 문체로 웃음을 끌어냈다.

정용환 기자

다음은 청와대 홈피에 올라온 글의 전문.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에 사는 초등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現 롯데자이언츠 감독이신 강병철 감독님의 퇴진에 힘써주십사 하고 이 글을 올립니다.

롯데는 제가 5살때부터 매년 꼴찌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작년 롯데가 5위라는 호성적을 올렸을때 저는 난생 처음으로 '이것이 인생의 낙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기대가 컸던 올시즌, 강병철 감독님이 롯데의 사령탑을 맡으시면서 저는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것 같습니다.

강병철 감독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은 부산상고 동창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발 강감독님을 잘 타이르셔서 자진사퇴하게 해주세요.

야구를 보시며 참외를 깍아주시던 어머니는 9회말 어이없는 역전패를 보시고는 아버지와 술먹으러 가셨고

멍청한 형은 오늘 잠실경기인줄도 모르고 롯데 선수버스 뒤집어야겠다면서 사직야구장으로 뛰어갔습니다.

저는 혼자 집에 남아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숙제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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