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강남서 구로갔다고? 사무실 '싼 곳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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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기반 사업을 하는 CJ인터넷.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28층을 빌려 사용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본사를 구로구 구로동 디지털밸리 내 빌딩으로 옮겼다. 유명한 대형 빌딩을 박차고 나와 이곳 빌딩 일부를 분양받은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넓어진 사무공간에 사내 커피숍, 여직원용 미용공간 등 편의시설까지 마련했더니 직원들이 본사를 옮기길 잘했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2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억원)보다 24% 늘었으나 경상이익은 58억원에서 93억원으로 60% 껑충 뛰었다. 분기마다 5억2000만원가량 내던 임대료를 비롯해 판매관리비를 12억원이나 줄인 덕이다. '겉멋'보다 '실속'있는 사무실을 찾는 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교통 요충지에 자리 잡은 번지르르한 대형 첨단빌딩을 찾곤 했다. 대외적인 위신과 직원들의 편의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때문에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실속 위주로 사무실 빌딩을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알투코리아 주청연 이사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고정비를 줄이려고 임대료가 싼 사무실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빌딩별 공실률은 이 같은 추세를 잘 보여준다. 빌딩정보업체인 ㈜샘스 조사에 따르면 역삼동 스타타워는 지난달 말 현재 공실률이 20%를 넘었고 강북의 대표적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의 공실률도 10%에 육박한다. 지난해 이맘때 10%와 5%였던 두 빌딩의 공실률이 1년 새 배로 높아진 것이다.

스타타워에 있던 NHN.CJ인터넷.스카이텔레텍 등이 분당.구로.여의도로 지난해 말 이주했고,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자리 잡았던 한국바스프와 딜로이트컨설팅 등은 남대문로 상공회의소 빌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임대료는 평당 보증금 110만원에 월세 11만원 선이지만 상공회의소 빌딩은 평당 보증금 65만원에 월세 7만3000원으로 30% 이상 싸다.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형 빌딩으로 최근 사무실을 옮긴 투자자문회사 대표 조모(37)씨는 월 1000만원가량 경비가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를 차릴 당시엔 좋은 건물에 사무실을 내는 게 사업상 유리할 것 같아 제일 비싼 건물에 입주했다"며 "그러나 막상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비싼 임대료를 내는 만큼 실익이 없어 사무실을 옮겼다"고 말했다. NHN의 경우 스타타워에서 내던 평당 임대료가 보증금 85만원에 월세 8만5000원 선이었는데 분당의 SK C&C빌딩(보증금 42만원.월세 4만2000원)으로 옮기면서 평당 임대료를 절반가량 줄였다.

이런 추세 때문에 중소형 빌딩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빌딩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역삼동 H빌딩(연면적 1882평)은 1년 전보다 평당 100만원 뛴 평당 900만원에 최근 팔렸다. 분당의 연면적 2500평짜리 S빌딩의 최근 거래가격도 평당 9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높아졌다. 신영에셋 홍순만 사업부장은 "강남권에 있던 기업들은 분당을, 여의도나 마포 쪽에 있던 벤처기업들은 구로 디지털밸리 등을 대체지로 선호한다"며 "그동안 강남.시내중심.여의도 등 3대 권역에 국한돼 있던 핵심 오피스타운이 분당.구로.상암 등지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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