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형평과 안정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조순경제팀이 5일로 춰임 1주년을 맞았다.
조순경제팀이 출범할 때만해도 우리는 3년간 12%대의 고속성장이라는 전례가 드문 호경기를 등에업고 출발하는 새경제팀이 민주화시대에 걸맞은 참신한 정책으로 우리경제를 선진국 대열에 끌어올리고 채권국으로의 전환이라는역사적 이정표를 이땅에 세워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수출부진·투자위축·성장둔화·물가불안이라는 만신창이가 된 우리경제의 모습을 발견하고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물론 한 나라 경제가 성장·발전해가는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고 한때의 침체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 사례를 적지 않게 보거나 경험한 바도 있다. 그런만큼 당장 눈앞에 나타난 현실만을 가지고 조순경제팀의 노력이나 성과를 폄하한다는 것은 성급한것이 아닌가 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부러움을 사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경제를 불과 1년만에 이처럼 참담한 골로 만들어 놓고 온국민이 좌절과 위기의식을 갖도록 만들어 놓은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의 지적을 받기전에 스스로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어두운 경제현실이 경제팀의 잘못 때문에만 빚어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국가경영을 위한 장기적 안목과 비전없이 당리당략에만 열중하고있는 정치권이나 무사안일과 편의주의에 물든 관료조직, 자제를 모르는 각 이익집단의 욕구분출등 어찌보면 각계각층의 온 국민이 민주화를 핑계삼아 이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끌어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제운영을 맡고 있는 경제각료들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같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제팀에 거는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다 아는 얘기지만 우리경제가 안고있는 위기의 요인은 3저의 효과가 퇴조를 보이기 시작하고 민주화물결에 편승한 각계의 욕구가 무분별하게 분출되기 시작할때부터 잉태돼 있었다고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경제팀은 처음부터 막연한 낙관논으로 사태를 잘못 인식, 정책적 대응에 실기를 거듭하고 뒤늦게 내놓은 대응책 자체도 현실감각을 상실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최악의 사태로 몰아넣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팀 내부의 결속조차 이룩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에 휘말러 일을 그르친 것은 한 경제팀의 위기관리 능력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겪고있는 경제위기의 본질은 지난 3O여년간 우리경제를 지탱해온 저임시대의 종언에 따른 체제 전환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존의 사고나 척도,정책수단으로는 감당하기 어러운 새로운 여건을 맞고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지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그것은 물론 경제권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나라를 경영하는 모든 이의 각성과 책임의식이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같은 새 장을 여는데는 경제팀의 선도적 역할이 긴요하며현 경제팀에 대한 앞으로의 평가는그같은 능력여부에 좌우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