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과잉단속" 반발|차량 부품 업소 집단휴업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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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동차 불법정비업소 단속에 집단휴업으로 맞선 자동차 부품상과 배터리 업소의 마찰이 15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 업소들이 3일부터 집단휴업에 들어간데 이어 5일부터 서울 나머지 지역과 인천·경기·전남광주 업소들까지 합세,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인천·경기지역 업소들은 5일 오후 2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자동차 관리법 개정 등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집단시위를 벌여 사태가 장기화·광범위화 할 조짐이다.
서울 도봉·노원·성북·성동·동대문 등 서울 동북부 지역과 마포·은평 등 서부지역 업소들은 지난달 24일부터 1주일간 집단휴업기간 중 같은달 27일 결성한 「서울시 자동차 경정비업 연합회」(회장 서경하)를 중심으로 4일까지 지부결성을 마치고 조직적 대응을 펴나갈 계획이어서 경찰 등 사직당국도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광주의 무허가 정비업소·자동차 부품상들도 검찰의 형사처벌에 반발,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대부분 집단휴업을 벌였고 자체조직까지 결성, 제도적 개선 안이 나오기까지 정면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며 인천·의정부·수원 등 경기지역 업소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들 업소들은 『병원도 종합병원·일반병원·전문과 의원·일반의원이 있고 약국이 보조기능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정비도 사정에 따라 여러 유형의 정비업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며 『간단한 정비까지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봉천동에서 배터리상을 하는 권도상씨(38)의 경우 지난 8월 속도미터기 케이블과 라디에이터 파킹을 교환해주고 수리비 조로 3천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서울지법 남부지원으로부터 5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는 것.
자동차 경정비업 연합회 측은 『이 같은 현실적 모순을 없애기 위해 이미 회원에 가입한 1천여 배터리 상들의 주도로, 당국의 개선책 없는 몰아치기식 단속에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 2급 정비업소들은 오히려 『배터리 상에서 정비되는 브레이크 라이닝교환·트랜스미션 수리 등은 자동차 안전운행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자격 없는 정비공과 미흡한 정비시설로는 날림 정비의 위험이 크다』며 『당국의 미봉적 단속으론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반박하고 나서 이해관계를 둘러싼 업소간의 마찰도 첨예화 돼 사태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또 교통부·서울시·경찰·검찰 등 당국도 최근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달에 1천여건 이상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 이들 차량에 대부분 무허 정비업소에서 부품으로 분해되거나 도색·판금 등이 변조돼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져 강력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통부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동차 관리법상 자가 정비사항으로 규정돼 정비허가 없이도 할 수 있는 오일교환·타이어교환·전기 장치점검·배터리 교환·차내 인테리어 교환 등외에 일정기준에 따라 3, 4급 정비업소 허가를 검토해 정비할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전망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도 이와 관련, 『자동차관리법·고물상업법 등의 전면개정을 통해 다양화된 자동차 정비수요에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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