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덤벼라, 된장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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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조미료 시장의 '영원한 맞수'인 대상과 CJ가 전선을 장류 시장으로 옮겨 대접전 중이다. 13일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 고추장과 된장을 파는 이곳은 아예 '1등 브랜드 라이벌 대전'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 대상과 CJ의 경쟁을 부추겼다. 일년 중 최대의 장류 성수기는 요즘 같은 바캉스 시즌. 7~ 8월은 상추쌈.찌개용으로 장류 수요가 급증, 매출이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른다. 장류 시장은 대상의 브랜드인 '청정원'과 충남의 향토 기업 '해찬들'이 1970년대부터 양분해 왔다. 그러다 2000년 CJ가 해찬들의 지분 50%를 인수해 장류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식품 명가(名家)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패권 전쟁이 불붙었다. 업계에선 이 두 회사의 끊임없는 경쟁 관계를 '조미료 백년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100년간 치른 전쟁을 빗댄 표현이다.

◆조미료 맞수로 시작=대상과 CJ는 60년대부터 경쟁했다. 당시 두 기업의 상호는 '미원'과 '제일제당'. 미원은 사명과 같은 조미료 제품 '미원'을 내놔 시장을 독점했다. 그러다 CJ가 군소 조미료 생산업체들을 인수, 68년 '미풍'이란 제품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1라운드는 대상의 완봉승. 미원이 조미료를 뜻하는 보통명사처럼 자리 잡아 CJ의 추격전은 물거품이 됐다. 절치부심하던 CJ는 75년 '다시다'로 역전에 성공한다. 다시다는 쇠고기 가루, 파.마늘.양파 양념 등을 넣어 만든 새로운 개념의 종합 조미료였다. 당시 TV 드라마 '전원일기'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탤런트 김혜자씨를 CF 모델로 기용, 미원의 소비자를 움직였다. 대상이 뒤늦게 '맛나'를 내놓고 탤런트 고두심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반격했지만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다시다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두 회사는 식품 시장에서도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인 클로렐라 제품이나 저나트륨 소금 사업도 양사가 똑같이 한다. 특히 올 들어 건강.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마시는 식초' 시장에서도 자웅을 겨루고 있다. 지난해 '홍초' 제품으로 시장에 먼저 진출한 대상은 올 6월 CJ가 A급 모델인 송혜교씨를 내세워 '미초'를 출시하자 바로 탤런트 한채영씨를 섭외해 맞불을 놓았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화"=8일 대상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AC닐슨 조사결과를 인용해 자사 청정원 순창고추장의 5~6월 판매량이 해찬들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된장과 쌈장에 이어 고추장 시장 경쟁에서도 승리해 장류 시장을 평정했다고 강조했다. 5, 6월 대상의 고추장 판매 시장점유율은 47.4%, CJ는 42.3%였다. 그러나 CJ 측은 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워낙 박빙의 경쟁을 벌여온 데다 5% 안팎의 차이는 일시적인 판촉 행사만으로도 역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두 기업은 맞수지만 5000억원 미만인 국내 장류 시장(간장 제외)만 가지고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최근 해외판촉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CJ는 6월 해찬들의 지분을 전량 사들일 때 "'장류 사업의 글로벌화'가 인수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미국.캐나다 등 60개국에 장류를 수출하는 CJ는 지난해 650만 달러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200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대상 역시 6월 독일 월드컵 때 현지 백화점에서 고추장 관련 행사를 여는 등 유럽시장 진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과 CJ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쌓은 경쟁력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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