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허점이용한 살인범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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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크리미날 로』는 독창적인 심리 스릴러다.
화면의 전구간이 단거리 트랙처럼 긴장감이 가득하다.
법의 정의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이긴 쪽의 차지라는 악마적 이야기 설정이 충격적이다.
영화는 현행법의 맹점과 낙태수술이라는 꽤 무거운 소재를 두 기둥으로 삼고있다.
그러나 『크리미날 로』는 극의 메시지에 따른 의미보다는 완성도 높은 스릴러의 맛을 느끼게 한다.
신예 마틴 캠프벨감독은 정교하게 계산된 연출로 마치벽돌을 쌓듯 관객을 긴장의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배경장치의 대비법 구사가 뛰어나다. 퍼붓는 비, 심야의 공원, 급정차 하는 자동차 등의 거친 공포의 장치와 반짝이는 호수면, 조용한 법정 등의 내밀한 긴장강치가 적절히 교차하며 작품전체에 팽팽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영화는 전력을 다한 변호로 무죄 방면된 의뢰인이 실은 진짜 법인임을 알게된 변호사 벤체이시(게리 올드먼 분)와 법의 허점을 이용, 살인행각을 계속하는 이상성격자 마틴틸(케빈 베이컨 분)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으로 전개된다.
「지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지옥도 당신 속을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 첫 장면의 자막이 암시하듯 마틴은 변호사 벤을 꼭두각시로 해 법과 법정을 농락한다.
자신마저 어처구니없게 이용당한 벤은 법의 존재방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마틴을 응징키로 한다.
클라이맥스의 극적 역전은 기억될 만하다. 중반의 조금 풀린 긴장을 단번에 반전시킨다.
영화는 악마조차도 법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된다는 어쩌면 상식적인 결론으로 끝나지만 라스트의 법정 안 대결(변호사와 의뢰인이 아니라 권총을 겨눈 상황)은 여운이 길다.
게리 올드먼과 케빈 베이컨의 연기대결이 대단하다. 반면 중요한 조연 캐런 영의 덤덤한 표정은 극의 긴장도에 별 도움을 못 준 듯 하다.
낙태수술을 살인의 동기로 설정했는데 찜찜하다. 「크리미날 로」는 형법이란 뜻.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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