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탄력이 조화 이룬 「백조의 율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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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랑스 현대 무용을 대표하는 롤랑 쁘띠 국립 발레단이 또,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가졌다.
지난 78, 81년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 내한 공연을 가진 롤랑 쁘띠는 특히 동작의 섬세함과 기발한 창의성, 독특한 개성으로 프랑스 발레의 진수를 한국 팬들에게 맘껏 선사했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작품은 세계 발레사에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러시아의 전설적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소재로 한 『나의 파블로바』였다.
이 작품은 파블로바의 전기가 아니라 『빈사의 백조』 (미셸 포킨스가 파블로바를 위해 즉흥적으로 안무했던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나온 단편들을 롤랑 쁘띠가 유머와 사랑을 가미, 재구성한 것.
무대 장치가 전혀 없이 조명과 출연자들의 동작만으로 깔끔한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서 강렬한 조명과 함께 10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노련한 동작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갔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남성의 굵은 선으로 표현해낸 다이내믹한 율동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백조들은 심술궂고 남성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는 롤랑 쁘띠 자신의 말처럼 「가늘고 약하며 부드러운」 백조가 아니라 「힘과 탄력이 넘치는」 백조였다. 또한 그 사이사이 유머를 접목시켜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상승하는 흥미를 맛보았다.
이번 공연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솔리스트는 도미니크 칼푸니였다. 그녀는 끝까지 부드러움과 탄력의 조화 속에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선사했다.
롤랑 쁘띠의 이번 내한 공연은 안무가의 깊은 영감과 탁월한 창작력, 도미니크의 탁월한 연기로 우리 무용계에 적잖은 충격과 함께 발레의 무한한 창작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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