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체크 정치 복귀가 "최대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체코사태가 중대한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 연일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가운데 공산당 청년기구·경찰 등 체제유지 세력들이 당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TV방송 관계자들이 사태의 객관보도 입장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체코 군부는 사태가 「무정부적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입을 선하고 나섰으며, 보안 경찰이 TV방송국을 점거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체코 지도부는 사태 수습에 관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아다메치 총리는 지난 21일 재야세력들과 대화를 갖고 시위 강경 진압·계엄령선포 자제를 약속하고, 개혁을 위한 광범위한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강경파인 야케스 당 서기장은 『모든 일엔 한계가 있다』고 선언하고 강경 수단을 써서라도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체코 지도부 내 의견대립은 아다메치 총리와 야케스 서기장 세력간의 근본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다메치 총리는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체코 지도부내에서 유일하게「타협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될 만큼 신망을 얻고 있는 반면 야케스는「도저히 용납 될 수 없는 인물」이다.
야케스는 지난 68년 체코사태 당시 후사크 현 대통령과 함께 소련세력을 등에 업고 개혁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당시 그들에 의해 당에서 축출된 인사가 무려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반체제세력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아다메치 총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야케스 서기장은 완전한 몰락의 길로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반체제 세력의 집합체인 「시민광장」은 68년 체코사태의 책임자로 현재 당정치국에 남아있는 야케스·후사크·포지크 등 6명을 제거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68년「프라하의 봄」당시 당 서기장으로 개혁의 선봉이었던 알렉산데르 두브체크(68)다.
68년 이후 완전히 과거의 인물로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두브체크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프라하 데모 현장에서 그의 시위지지 메시지가 낭독되자 군중들은「두브체크 만세」를 외치는 등 그의 인기가 아직도 대단함을 확인시켜줬다.
두브체크는 23일 그가 은거하고 있던 브라티슬라바를 떠나 프라하로 향했다.
관측통들은 두브체크가 비록 과도기적 인물이 될 진 몰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체코 반체제 운동은 주로 지식인·학생들이 중심세력으로 국민적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없다. 때문에 노동자 세력들은 아직 시위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두브체크가 전면에 나설 경우 지난 68년을 기억하고 있는 체코 국민들이 많은 지지를 보낼 것이 확실하다. 또 두브체크가 아니고선 현재 사태를 평화적으로 진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소련의 태도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평소 20년 전 두브체크가 시도했던 개혁정책을 지지해 왔으며, 자신의 페레스 트로이카의 정신적 근원으로 생각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두브체크 자신도 아직 사회주의를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으로 그의 사회주의에 대한 충성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소련이 사태수습을 위해 두브체크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소련이 야케스 서기장 등 강경파들을 퇴진시키고 두브체크를 내세울 경우 체코사태는 군부개입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모면하고 민주화 개혁의 방향으로 진전될 수도 있지만 만약 강경파들이 힘을 사용해 사태를 진압하려 할 경우 엄청난 희생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24일 긴급 소집되는 체코 공산당 중앙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될지, 그리고 과연 두브체크가 다시 일선에 나설 수 있게 될지의 여부에 따라 체코사태는 개혁이냐, 반동이냐가 결판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정우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