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올해는 수출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 같다. 올들어 11월 현재까지 수출신장률이 1자리 숫자에 그쳤을 뿐 아니라 물량면에서는 오히려 작년보다 4·7%나 줄었다. 수출이 경제성장을 끌어가기도 힘겹다.
62년 수출이 본격화 된 뒤 한자리 신장률(금액기준)을 기록한 해는 82년과 85년뿐이다.
그때는 국내외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탓이지만 올해는 구조적으로 우리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그 같은 현상이 전 업종에 나타나고 있다.
10월에는 자동차·가전제품·철강·신발·완구·타이어·컴퓨터 등 주종상품의 수출실적이 작년보다 3∼28%나 줄었다.
이 달 들어서는 금액기준(달러)수출실적마저 작년보다 10%이상 뚝 떨어졌다.
올들어 22일 현재 수출실적은 5백35억6천1백50만 달러로 작년동기실적보다 겨우 3·1% 늘어났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올해수출은 작년실적 6백7억 달러를 간신히 넘어선 6백20억 달러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연초에 잡았던 수출목표 7백억 달러는 물론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줄여 잡은 6백70억 달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 같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를 오늘날의 신흥공업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수출덕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수출이 주저앉았으며 그대신 건축이나 서비스부문이 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인 역할을 하고있다.
올 상반기에는 수출부문의 침체로 실질경제성장률을 1·7%포인트 끌어내렸다.
정부는 노사분규 지속에 따른 기업의욕상실과 환율영향·근로의욕저하 및 인력부족에서 오는 생산차질·임금상승 등으로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중에도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노사분규와 환율이다.
상공부에 따르면 올해 노사분규에 따른 직접적인 생산차질은 4조1백99억 원 수출차질은 13억3천9백 만 달러로 작년보다 크게 늘였다.
올해 무역의 날(3O일)은 수출사상 가장 우울한 날이 될 것이다. 관계당국은 수출포상을 줄 기업조차 뽑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공부는 내년에도 수출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보고있다.
환율은 안정적으로 운용될 전망이지만 노사분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으며 임금상승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