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못한 일 … 한국, 특허경쟁 우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이 독자 개발한 기술을 미국 통신업체가 선택한 것은 미국과 한국 통신산업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입니다." 이기태(사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은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스프린트 등 네 개사와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직후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간통신망 시장엔 일본 업체도 들어가지 못했으며, 알카텔.지멘스 등 유럽 업체가 일부 서버 관련 분야에 진출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 평생 꿈 이뤄=그는 10년 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로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실패한 경험을 회상하며 "미국 본토에 한국산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해 왔는데 마침내 이뤄냈다"고 감격했다. 와이브로의 미국시장 진출로 전 세계 특허 경쟁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와이브로는 세계 통신시장의 특허 전쟁에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했던 그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와이브로 시스템은 다른 차세대 통신 서비스와 비교할 때 표준화와 상용화 시점이 1년 반 정도 빠르다"며 앞날을 낙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브라질.베네수엘라.크로아티아.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와이브로 보급을 위해 시범서비스 협상 등 구체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또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통신업체들도 와이브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기술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전송 속도를 계속 향상시키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상생 모델로=이번 제휴로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의 관련 중소기업들도 통신장비 등을 미국에 내다 팔 기회를 갖게 됐다. 와이브로의 국제표준화 과정에 투입된 기술 중 약 20%가 삼성 기술이기 때문에 와이브로 관련 장비의 우선 공급자로 지정됐으며 향후 스프린트의 인프라 투자 중 35%를 따오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이 사장은 "국내 중소업체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해 안테나 등과 같은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시장에 동반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협력 모델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 제2의 인터넷 혁명=이 사장은 와이브로가 단순히 속도가 빠른 이동통신 기술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2의 인터넷 혁명으로 불리는 와이브로의 세계화를 통해 한국의 정보기술(IT) 성공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빠르고 고화질인 쌍방향 화상통신이 가능해지면 대학.병원 등에서의 교육.진료 방법까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상상으로만 펼쳐지던 유비쿼터스 세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셈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