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악명' 말라카 해협 전쟁위험지역 지정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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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적의 출몰이 잦았던 동남아시아의 말라카 해협이 안전해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FT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해사국(IMB) 해적신고센터를 인용해 최근 이 해역에서의 해적 활동이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1~6월) 해적 발생 신고 건수는 모두 3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건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2004년 한 해에만 37건에 이르렀던 해적 행위는 지난해 12건이 발생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 서부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에 위치한 길이 900㎞의 좁은 바다다.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에너지 공급량의 80%가 통과하는 중요 항로다. 또한 연간 5만 척 이상의 선박이 세계 무역량의 40%를 실어 나르는 해양 교통의 요충지다. 98년 이후 인도네시아 경제 사정이 악화한 데다 아체 반군이 활동을 강화하면서 '해적 출몰 지역'으로 악명을 얻었다. 아프리카 동북부 소말리아 해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로로 꼽혀왔다.

이런 말라카 해협이 안전해진 데는 주변국의 해상 순찰 강화와 예방 활동 덕이 크다. 특히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은 소속 해군과 해경의 해상.항공 순찰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이들 연안 3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가 합동으로 하는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말라카 해협에서의 해적 행위가 크게 줄어들자 영국 보험회사 로이즈는 8일 이 해협에 대한'전쟁위험지역'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의 보험료가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로이즈는 "말라카 해협의 치안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인정해 전쟁 위험지역 지정을 해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IMB의 발표를 근거로 지난주 전쟁 위험지역 지정 해제를 요청한 말레이시아는 로이즈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면서 말라카 해협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로부터 징수할 뜻을 밝혔다.

셧 하밋 알바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는 말라카 해협의 안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과 국가들이 응당 그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라카 해협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국제 조약을 만들고 집행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터키가 1936년 국제 조약을 통해 인근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았던 선례가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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