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헝가리 동서 관계 모범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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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다페스트=문창극 특파원】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동구 사회주의 국가인 헝가리를 방문하고 있는 노태우 대통령은 23일 오전11시 20분(한국시간 23일 오후 7시20분)헝가리 국회의사당 본 회의장에서 연설을 한다.
노 대통령은 양국에서 전국에 중계되는「화해의 새 시대를 함께 여는 동반자」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외교수립으로 냉전의 양극 체제가 사라지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선언하고 한·헝가리 양국이 번영과 발전을 향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을 제의할 예정이다.<관계기사 2면>
노 대통령은 또 헝가리의 민주화 개혁조치를 찬양하고 우리의 북방정책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 22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헝가리 국회 의사당에서 마티아스 쉬로쉬 대통령 대행과 정상회담을 갖고 동구권의 개방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공동 대처하고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정상은 『이념과 체제를 극복한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는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사 속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화해와 협력의 국제질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한국과 헝가리가 동서세계의 가장 모범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정상회담에서 쉬로쉬 대통령 권한대행은 노 대통령의 북방정책 첫 결실로 양국이 수교할 수 있게 된데 헝가리 국민의 이름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한·헝가리의 새로운 관계를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전시켜 나가자고 제의했다.
쉬로쉬 대통령 대행은 이와 함께 ▲한국기업들이 직접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헝가리 경제발전뿐 아니라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헝가리 가서 유럽은 물론 동구에서 한국의 교량역할을 맡겠으며 ▲한국기업이 통신·자동차·전자·화학 등 특정분야를 담당해 헝가리 부흥에 기여해 줄 것 등 모두 7개항의 협력사항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헝가리가 폭넓은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면서도 폭력사태 없이 질서 있게 민주적으로 이를 진행시켜 나가는 점을 높이평가하고 헝가리가 제시한 7개 사항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 관계 장관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개발경험과 기술을 헝가리와 적극적으로 나누겠다면서『헝가리 기술연수생과 기업연수의 적극 수용은 물론 한국의 개발전략 및 전문가와 연구기관으로 구성되는 한·헝가리 개발 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양국 경제협력문제와 관련, 『양국 통상 확대는 물론 합작투자 및 직접투자를 통해 헝가리의 경제발전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많은 한국기업들이 헝가리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이를 최대한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니에르슈 사회당 총재, 프츠가이 사회당 대통령후보, 쿨차르 애국 인민전선 대통령 후보 등 헝가리 정치지도자들과 잇달아 면담, 동구권 정세변화·남북한관계 및 한·헝가리 협력 증진방안과 교류강화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한 뒤 저녁에는 쉬로쉬 대통령 대항이 주최한 공식만찬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헝가리 의회연설에 앞서 네메스 총리를 숙소인 영빈관에서 접견하며 연설 후에는 헝가리 경제인들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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