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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 570개의 섬, 디지털 예술로 깨어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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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19면

미디어 아트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올여름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야로 불면증에 시달렸다면, 한 번쯤 유튜브에서 ASMR 영상을 검색해 봤을 것이다.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비 오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 등 ‘힐링’을 주제로 하는 시청각 중심의 편집 영상들이 인기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사전 공연 영상 #양숙현의 사진, 신현필의 음악 #3D 공간에 점 구름 형태로 변환 #화면 가득 뭉쳤다 흩어졌다 반복 #‘브리 스트링 콰르텟’ 현악 연주도

만약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채집한 소리들이라면 어떤 감각적 안정과 경험을 선사할까. 지난 17일 유튜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식 채널에 흥미로운 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38)씨와 뮤지션 신현필(43)씨가 협업한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작품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Clouds of Tongyeong)’이다. 통영 앞바다에 위치한 한산도·비진도·추봉도·소매물도·우도·연화도 등에서 양씨가 촬영한 이미지(사진)와 신씨가 채집한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결합한 작품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섬의 자연 풍광을 영상으로 촬영한 후 이미지 한 장 한 장을 낱개로 추출한 다음, ‘포인트 클라우드(점 구름)’라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3D 형태의 미디어 아트로 만든 거예요. 원래 2D인 이미지를 디지털로 해체해 3차원 공간으로 옮겨 놓은 거죠.”(양숙현, 이하 양)

예를 들어 몽돌 해변의 자갈밭을 촬영한 영상에서 사진들을 추출하면 그건 정지된 이미지다. 하지만 ‘포인트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이미지가 점으로 해체되면서 각각 3D 디지털 좌표 값을 갖고, 파도가 부딪칠 때 일어나는 하얀 포말처럼 해변의 이미지가 부서졌다 뭉쳤다를 반복하며 움직인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섬’이라는 말 때문에 푸른 바다, 흰 갈매기 등의 이미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색색의 디지털 점 구름이 화면 가득 뭉쳤다 흩어졌다 반복하는 모습은 의외로 색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비 떼의 춤, 밤하늘의 폭죽, 샴페인 잔의 거품, 설탕이 녹아내리는 물 컵, 한겨울의 얼음꽃 등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장면 중 반짝이고 황홀한 기억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디어 아트의 매력은 시청각 정보를 새로 인지할 경험을 준다는 거예요. 기존의 시청각 정보는 수많은 정보를 단일화시켜 전달한다는 단점이 있거든요.”(양)

신현필씨는 여기에 섬에서 채집한 소리와 직접 작곡한 음악을 입혔다. “통영만의 사운드를 고민하면서 여러 종류의 소리를 채집했어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엔진을 끄고 나뭇잎처럼 흔들리면서 15분간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를 녹음하기도 했죠.”(신현필, 이하 신)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씨와 뮤지션 신현필씨가 협업한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미디어 아트 작품들. 통영 앞바다 섬들에서 채집한 사진과 소리들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양숙현]

신씨가 채집한 자연의 소리들은 3악장으로 구성된 음악 사이사이에서 ASMR 같은 매력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1악장에선 섬 특유의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아침에 특히 활발한 새소리를 중점적으로 부각시켰어요. 2악장에선 제승당(한산도에 있는 충무공 관련 사당)에서 채집한 한여름 매미 소리가, 3악장에선 몽돌 해변의 자갈 구르는 소리가 중심이죠.”(신)

음악 연주는 현악 4중주 팀 ‘브리 스트링 콰르텟’이 맡았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는 자연의 조각인 나무에 줄을 얹은 악기라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와 가장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신)

지난 6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렸던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오프라인 공연.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점 구름 영상을 배경으로 ‘브리 스트링 콰르텟’이 연주하고 있다.

지난 6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렸던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오프라인 공연.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점 구름 영상을 배경으로 ‘브리 스트링 콰르텟’이 연주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 영상은 두 사람의 협업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작품 외에도 중간중간 ‘브리 스트링 콰르텟’ 연주 장면을 보여준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열렸던 오프라인 공연 모습이다. ‘570: 클라우즈 오브 통영’은 2022년 개최될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사전 공연 겸 제2회 섬의 날(8월 6~8일) 행사에 맞춰 기획됐다. 570이라는 숫자는 다도해라 불리는 통영 앞바다에 보석처럼 뿌려진 섬의 숫자다. 실제 공연장에는 360도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스피커들과 3m가 넘는 벽면 3개가 스크린으로 동원됐다.

양숙현(左), 신현필(右)

양숙현(左), 신현필(右)

“무대와 객석, 전시 벽면의 경계 없이 관객이 작품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이머시브(immersive)’공연이었죠. 영상과 사운드가 관객을 에워싸는 듯 공간을 채워서 작품에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온라인에서라도 그 매력을 잠시 느껴볼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을 편집했죠.”(양)

“평소 보고 듣던 것과 다른 작품이라 인내심도 필요하겠지만(웃음), 호기심을 가진다면 기존에 알던 것과는 다르게, 내 기억 속 섬 풍경과 소리가 투영된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겁니다.”(신)

양숙현·신현필

회화와 인터랙션디자인을 전공한 양숙현씨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폐회식 프로젝션 매핑 영상 조감독으로 참여했으며, 다양한 전시 작업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 등 기업들과도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작곡과 색소폰 연주를 전공한 신현필씨는 직접 연주를 하는 동시에 영화 ‘극한직업’‘강철비2’, 드라마 ‘멜로가 체질’ ‘왓쳐’ ‘로스쿨’ 등의 삽입곡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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