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운규 공소장…檢, ‘문재인’ 3번,‘대통령’ 40번 적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8:02

업데이트 2021.08.20 18:12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검찰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 ‘문재인’ 3번, ‘대통령’이란 단어를 40번 넘게 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통령’이란 표현이 2번밖에 등장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망에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단지 이틀 만에 산업부가 기존 ‘한시가동’ 방침을 바꿔 ‘즉시 가동중단’으로 수정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당일 경제수석-정책실장-비서실장을 거쳐 문 대통령의 최종 결재를 받은 정황까지 적시했기 때문이다.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는 지난 6월 30일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구속기소 하면서 청와대 개입 부분을 소상히 기록했다. 전체 101쪽 분량의 3인의 공소장 안에 ‘문재인’이라는 고유명사를 3번, ‘대통령’이란 단어를 40여 차례 사용했다고 한다. 이 밖에 ‘청와대’ ‘BH’ ‘실장’ ‘수석’ ‘보좌관’ ‘비서관’ ‘행정관’ 등의 단어도 다수 눈에 띈다. 검찰은 “청와대가 위계와 위력으로 산업부 등을 압박해 원전 경제성 조작, 조기 폐쇄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한다.

文 “가동중단 언제?” 댓글 이틀 만…산업부 ‘한시가동’→‘즉시중단’

공소장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출발점도 문 대통령이었다. 2018년 4월 2일 당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되어 정비 기간을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자 당일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임라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감사원·김영식 의원실, 검찰 공소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임라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감사원·김영식 의원실, 검찰 공소장]

그 직후 김모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은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 문 대통령의 댓글 내용을 전달했고, 채 비서관은 “대통령께 빨리 보고해야 하니까 산업부에 연락해 대통령께서 하문(下問)하신 내용을 전달하라”라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 및 향후 계획을 산업부가 장·차관까지 보고한 입장을 전달받아라”라고 지시했다는 게 공소장의 내용이다.

채 비서관은 당일 오후 추가로 김 행정관에게 “대통령은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며 “산업부에서 잘 챙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보고서에는 ‘대통령’이 2번 나온다. 모두 문 대통령이 문 보좌관의 보고서가 게시되자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부분이다.

산업부 ‘즉시중단’ 보고 당일…홍장표·장하성·임종석 거쳐 文 결재

다음 날인 3일 백 장관은 정모 원전산업정책 과장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댓글 내용과 “원자력안전위 영구정지 결정 때까지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라는 보고를 받자 “너 죽을래”라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은 “자리를 내놓으라”라며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위협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에 정 과장은 하루 뒤인 4일 지시대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하는 내용의 수정한 보고서를 백 장관에게 제출했고 백 장관은 “진작 이렇게 만들어 올 것이지”라며 이를 산업부 방침으로 결정하고 청와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월 9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대전구치소를 나서는 중이다. 구속 심사에서 기각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대전구치소를 나서는 중이다. 구속 심사에서 기각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같은 날 청와대 채 비서관은 산업부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 수정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 결제시스템 또는 대면보고를 통해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현 KDI 원장), 장하성 정책실장(현 주중대사), 임종석 비서실장(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중간 결재를 받은 뒤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檢 “청와대가 위계·위력으로 산업부 등 압박해 조기폐쇄” 결론

이튿날인 5일 산업부 실무진은 즉시 가동중단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이미 대통령 보고가 끝났다며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과장은 청와대 김 행정관과 통화에서 “즉시 가동중단 보고서를 올리긴 했지만 경제성 평가도 만만치 않고 이사회 리스크도 있다”며 “이런 내용을 VIP(문 대통령)도 알고 계시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행정관은 “(문 대통령은) 다 확정된 것으로 생각하고 계실 텐데”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과장은 다시 청와대 사회수석실 한모 행정관에 전화해 “이건 나하고 국장하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이제 산업부도 퇴로가 끊긴 거지”라고 걱정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댓글 한마디에 산업부는 ‘2년 6개월 한시가동’을 입장을 바꿔 그해 6월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려 결재가 끝났고 같은 해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원 이사회는 보고서대로 ‘즉시 가동 중단’ 의결로 이어졌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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