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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마트 ‘팜(Farm)’ 말고 스마트 ‘팜(Pharm.)’ 뜬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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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처방전을 확인해 입력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약품을 조제한다. 필요 약품을 찾은 후 전송 통로를 거쳐 창구로 보내는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이 아닌 ‘로봇팔’이다. 바로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제1 병원에 있는 외래 약국의 모습이다.

창사시 제1병원 '스마트 약국'에 있는 '로봇팔'의 모습. [사진 신화통신]

창사시 제1병원 '스마트 약국'에 있는 '로봇팔'의 모습. [사진 신화통신]

얼마 전 문을 연 창사시 제1병원 외래 ‘스마트 약국’에는 자동으로 약품을 저장하고 지급하는 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약품 조제의 효율과 정확도를 높인 것은 물론, 처방받은 약을 수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평균 2~3분 소요되던 조제 시간이 로봇을 사용한 후에는 15~18초로 줄었다.

이 약국에 배치된 로봇은 약품 번호를 식별해 유통기한 임박 여부까지 판단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스마트 약국’에는 의약품 안전을 보장하고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마취류 약품 스마트 관리 시스템 등 여러 디지털 시스템이 도입됐다.

창사시 제1병원 '스마트 약국' 내부 모습. [사진 신화통신]

창사시 제1병원 '스마트 약국' 내부 모습. [사진 신화통신]

중국에서는 최근 이 같은 ‘스마트 약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산시(陝西)성 북부에 있는 상업 도시, 위린(榆林)시 제2병원에도 바로 이 ‘스마트 약국’이 등장해 화제다. 위린시에 ‘스마트 약국’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 안에 있는 약국은 인력이 부족해 의약 조제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 새로 도입된 ‘스마트 약국’은 자동으로 약을 조제하는 기계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위린시 제2병원 안에 자리한 '스마트 약국'. [사진 펑파이(澎湃)신문]

위린시 제2병원 안에 자리한 '스마트 약국'. [사진 펑파이(澎湃)신문]

병원을 내원한 환자가 수납 후 약국 앞에 있는 기계에 입력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의 처방약 정보를 약국 내로 전송한다. 필요한 정보가 보내지는 것과 동시에 약품이 담긴 기계는 자동으로 약을 선별한 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창구에 전달한다.

처방전 하나만 입력하면 약을 조제하는 데까지 최대 3초가 소요된다. 기존에 약사가 처방전을 받은 후 하나하나 약을 찾고 조제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 약국’에는 마취 계열 약품 관리기, 외래 진료 처방전 검토 시스템 등을 도입해 환자가 처방 약을 받는 데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고 조제 정확성과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또 ‘스마트 약국’은 약사가 처방된 약을 기계적으로 조제하던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처방전을 검토하고 환자에게 투약 방법을 설명하는 데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 원내 진료 서비스 질을 높였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다.

진인후 셰허병원 내 '스마트 약국'. [사진 COBOT機器人大腦百家號]

진인후 셰허병원 내 '스마트 약국'. [사진 COBOT機器人大腦百家號]

성(省) 내 3차 병원 중 최초의 스마트 종합병원인 ‘진인후(金銀湖) 셰허(協和)병원’이 지난 7월 29일 정식으로 개업을 알렸다. 이 병원은 지난 5월 17일 시범운영을 시작, 그동안 스마트 병원의 안전성과 효율성 등을 두루 점검했다.

73일 동안 시범운영을 시행한 결과, 이곳을 방문한 외래 환자는 연인원 기준 10만 명에 달했다. 비교적 짧은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비대면 스마트 약국’ 덕분이다.

진인후 셰허병원 내 '스마트 약국'에서 로봇이 약품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 COBOT機器人大腦百家號]

진인후 셰허병원 내 '스마트 약국'에서 로봇이 약품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 COBOT機器人大腦百家號]

이 약국에는 전체 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 조제 시스템, 무인운반차(AGV), 스마트 약품 검사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러한 스마트 솔루션은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을 받은 후, 약을 두 손에 받기까지 약품의 저장·관리·운반 등 약품 조제 전 과정을 관리한다. 이를 통해 조제 실수를 줄이고 환자의 외래 경험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 약국’의 배경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G 등 첨단기술이 있다. 셰허병원은 올해 설립 155주년을 맞아 이 같은 원내 스마트화를 통해 의료 서비스의 퀄리티 향상에 힘쓰고 있다.

진인후 셰허병원 의료진은 5G가 적용된 장비를 통해 수술실 온도와 습도를 ‘원터치’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 초천도시보(楚天都市報)]

진인후 셰허병원 의료진은 5G가 적용된 장비를 통해 수술실 온도와 습도를 ‘원터치’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 초천도시보(楚天都市報)]

이곳에는 ‘스마트 약국’ 외에도 상급 병원 의사와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한 5G 수술실, 환자의 병세 등을 파악해 10초 만에 진단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AI 스마트 도우미 등 다양한 시스템이 마련됐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중국은 ‘경험’ 위주의 요즘 시대에 걸음을 맞춰, 보다 ‘똑똑하고 빠르며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로봇을 활용해 약국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日,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로봇 조종해 건강식품 구매 가능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는 상황 속, 로봇을 환자와 약사의 관계를 심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일본의 조제 전문약국 체인 ‘쿠오르 홀딩스’는 지난해 6월 ‘미래약국’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약국을 방문한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로봇을 원격 조작해 약사와 상담한다. 또 약품 조제를 기다리는 동안 로봇을 이동시켜 건강식품 등 약국에 비치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Nikkei.com]

[사진 Nikkei.com]

이는 지난해 일본 정부가 온라인 복약지도를 허용한 데 대비해 약국 점포 운영을 디지털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로봇에 저장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진열 상품 개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쿠오르 홀딩스는 이러한 모델을 일본 전역에 있는 800개 점포에 응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에서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로봇을 의료 서비스에 차근차근 도입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 관련 업계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철벽 규제에 막혀 키오스크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 의약 업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참고해야 할 사례가 아닐까.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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