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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홍범도 봉환’에 쓴소리 “국내 고려인 아픔도 살펴야”

중앙일보

입력

박노자 교수. 중앙일보DB

박노자 교수. 중앙일보DB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계기로 국내에 거주 중인 고려인과 후손들의 아픔도 보살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우원식 “고려인 삶 더욱 조명하겠다” 화답

박노자 교수는 전날(17일)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의 ‘조국귀환’ 스펙타클을 벌인 것은 좋은 측면도 있다”라면서도 “쇼를 벌이는 것은 쉽지만 약자들의 구체적인 아픔을 해결해주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홍범도 장군은 한국 정권의 예우를 받지만, 그 부대원의 후손들을 포함한 고려인들은 이 땅으로 오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느냐”라며 “대부분 영세 제조업 공장 등에서 고생을 하고 3분의 1은 고질적 임금 체불 문제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려인들이 한국어에 어눌한 측면을 온갖 악질 업자들이 다 이용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살인적인 노동 부담 때문에 70% 정도가 그럴 시간도 없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국가기관들의 반노동자적 성격’, ‘노동에 대한 초과 착취의 문제’, ‘차별방지법 부재로 인한 차별의 만연’을 문제로 지적하고 “이게 다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아니다”라며 “적어도 귀화와 대한민국에서 정주를 희망하는 고려인 동포들에 한해 간이·속성 귀화라도 허용하면 안 되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1937년 스탈린주의 정권으로부터 강제 이주를 당하고 지금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타자 시’ 당하는 고려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소속’, 즉 어느 한 나라에서 시민권을 얻어 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이 정말 노령에서의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면, 스펙타클에만 만족하지 말고 적어도 이 정도의 정책적 해결을 시도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박 교수의 지적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교수를 언급하며 “홍범도 장군 봉환을 계기로 고려인의 삶을 더욱 조명하도록 하겠다”라고 답변을 남겼다.

이어 “식민지배에 당당히 맞섰고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강제로 조국을 등져야 했던 수많은 타국의 조선인과 그 후손에 대한 동질감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조국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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