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18일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해야한다고 결정했다.
배임교사 혐의 15명 전원 ‘수사중단’도 의결
김오수 검찰총장은 앞서 대전지검 수사팀이 지난 6월 말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외에 한수원에 대한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해야 한다고 하자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했다.
‘9 對 6’으로 불기소 권고…백운규 측 “논란 종결돼야”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수심위에는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지시해 한수원 측이 손실을 입도록 했다”는 수사팀의 추가 기소 의견을 비공개로 심의해 9대 6의 표차로 불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등에 관한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위원 15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다만 검찰은 이같은 수심위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수사팀 쪽에선 ‘수사팀장’인 이상현 전 대전지검 형사5부장(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등이 출석해 백 전 장관의 지시 아래 한수원 이사회가 부당한 조기 폐쇄를 결정해 한수원이 1481억원가량의 손해를 봤고 그만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이득을 얻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백 전 장관 측은 ▶한수원이 어떠한 손해도 발생한 바 없고 ▶시행령 개정 등으로 비용보전 절차가 예정돼있었으며 ▶손해에 대한 백 전 장관의 인식도 없었다는 논리로 맞섰다.
백 전 장관 측은 수심위가 끝난 뒤 “원전 관련 정책은 결코 정략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과학의 영역이자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논란의 출발점이 아닌 종결점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냈다.
유독 지연된 백운규 수심위…‘거리두기 탓’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심위는 소집 결정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통상의 수심위 일정과는 다르게 대검이 ‘코로나19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등의 이유를 들어 장장 49일만에 개최한 것이기도 하다.
당초 대전지검은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백 전 장관에게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오수 총장은 검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심위를 열어 향후 기소 여부를 가리자고 했다. 김 총장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건 몰라도 국가 정책 추진을 놓고 기업에 대한 배임 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직권남용과 배임교사가 병립하기 어려운 법리라는 시각도 있었다고 한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 6월 30일 직권남용·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거론하며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같은 백 전 장관 등의 행위가 채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또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2018년 4월 산업부 공무원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자 “너 죽을래”라며 즉시 가동 중단 취지로 재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한다.
尹 대선출마 이유 언급한 월성 원전 뭐길래
당초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교사가 추가로 적용될 경우 향후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가상대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속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었다. 이 조기 폐쇄 결정은 2018년 4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주변 참모들에게 말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은 현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이 직을 던지고 야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도 됐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권에 도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라며 “월성 원전을 수사하면서 감찰과 징계 청구가 들어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도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당시 검찰의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이후에는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민정수석 카드를 버린 이유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