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빵 '스티커 갈이' 의혹…알바생 "터질게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7:17

업데이트 2021.08.19 10:35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죠. 유효기한 넘긴 재료 매뉴얼대로 바로 폐기하는 매장 몇 군데 없을걸요?”

최근 햄버거 빵 등 식재료 유효기한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맥도날드 전직 아르바이트생 A씨(25)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 1년여간 근무한 A씨는 “부족한 인력과 현실성 없는 자체 규정이 빚은 예고된 참사”라고 말했다.

‘전직 알바생’의 폭로가 나온 건 지난 3일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폐기 대상인 식재료가 버려지지 않고 그대로 판매됐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다. 제보자는 맥도날드 직원들이 다음날 재료를 준비하면서 남은 재료에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덧붙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7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한국맥도날드는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바 1명이 15개 메뉴 조리…“본사 무리수”

정의당·아르바이트노조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유한회사 앞에서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아르바이트노조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유한회사 앞에서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효기한 조작 파문이 커지자 맥도날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국맥도날드의 식재료 관리 내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원 1명이 조리해야 하는 메뉴가 15가지가 넘는데 유효기한 넘긴 재료를 제때 버리면서 조리하면 주문이 수십 개씩 밀릴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전직 아르바이트생 B씨(24)는 “점심·저녁 시간에 드라이브스루와 배달 주문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매뉴얼”이라며 “본사가 신선도를 보여주려 무리수를 뒀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격”이라고 했다. 최근 조작 의혹을 받는 한국맥도날드의 ‘2차 유효기한’은 제품 신선도를 위해 회사가 스스로 정한 기준으로 일반적인 유통기한보다 짧다.

한국맥도날드는 문제가 발생한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려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맥도날드는 스티커 갈이를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권한이 없는 알바노동자를 정직 처분한 상태”라며 “본사 정규직인 해당 매장 관리자와 한국맥도날드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규정상 징계수위를 공개할 순 없지만 점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렸다”며 “내부 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 외부에서 제기됨에 따라 재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실조사 의혹…매장당 위생법 위반 건수 최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사진. 연합뉴스

한편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5일 문제의 매장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타 점포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장에 대한 조사 역시 ‘스티커 갈이’ 의혹 규명이 빠진 채 위생등급 평가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논란은 한국맥도날드의 자체 규정 위반으로 인해 불거졌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가 식재료 관리 문제로 구설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3년간(2017~2020년) 식품위생법을 75번 위반해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중 매장당 위반 건수 최다(0.18건)를 기록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국 400여개 매장에 대해 자체 및 외부기관을 통해 재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식품 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더욱 엄격하게 유효기한을 관리 및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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