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지원금 남은 1.1조 예산, 간이·면세사업자에게 먼저 지급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04

업데이트 2021.08.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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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17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지만, 자영업자의 한숨이 줄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앞선 지원금에서 빠뜨린 소상공인을 이번 지원금 대상에 뒤늦게 끼워 넣었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이들의 부담을 덜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이다.

연 매출 8000만원 미만 6만명
반기별 매출하락 증빙 못해 제외
5차엔 포함, 소급적용은 안 해
“땜질식 지원금, 터진 상처 외면”

정부는 17일 1차 신속 지급 대상 소상공인·소기업 133만 사업체에 희망회복자금 지급을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희망회복자금 전체 지원 대상인 178만 사업체의 70% 이상이 이번 1차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며 “신청하면 2~3시간 만에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희망회복자금에서는 지난 버팀목자금 플러스(4차 재난지원금)에서 발생한 사각지대를 줄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버팀목자금 플러스 때는 연 매출 8000만원 미만의 간이·면세 사업자 약 6만명이 반기별 매출 하락을 증빙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4차 지원금의 허점을 인정하면서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은 “땜질식 지원금을 쥐여주고 이미 터진 상처는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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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정우(버팀목 플러스 제외 사업자 비상대책위원장)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일부러 내모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4차 재난지원금 때 지급하지 않고 남은 1조1000억원의 예산을 간이·면세 사업자에게 먼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전기요금 감면, 저금리 대출, 세무조사 면제, 지방자치단체 지원 혜택 등이 모두 4차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며 “영세한 간이·면세 사업자가 모든 정부 기관의 보호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5차 지원금부터 반기 부가가치세 신고 매출액이 없는 간이과세자·면세사업자를 위해 국세청의 신용카드·현금영수증·전자세금계산서 등 자료를 활용해 반기별 매출액을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이날 “지원 대상에 추가되는 간이과세자·면세사업자는 30일 시작하는 2차 지급에서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헷갈리는 업종 분류 때문에 4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각종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인쇄해 납품하는 A씨는 지난 3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A씨는 각종 디자인도 겸업해 사업체를 등록할 때 디자인업으로 등록했다. 디자인업은 4차 지원금 당시에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번 5차에서야 경영위기업종에 들어갔다. A씨는 “옆집과 같은 일을 하는데 등록된 서류에 따라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영향으로 그동안 지원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소상공인이 이미 폐업하거나 폐업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최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를 보면 5월 전국의 간이주점 등록업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00곳(-14.1%) 감소했다. 호프집도 1년 만에 3636곳(-11.6%)이 폐업했다. 이어 구내식당(-6.2%), 예식장(-5.7%), 노래방(-5.2%) 등이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난지원금이 5차인데도 혼란이 남아 있는 것은 탁상행정 때문”이라며 “지자체가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파악에 참여해 어려운 자영업자를 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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