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보다 무서운 탈레반…글로벌 침체 공포에 원화값 급락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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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금융 시장의 지표가 17일 출렁였다. 이날 원화 가치가 11개월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176.3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급락했다.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국내 금융 시장의 지표가 17일 출렁였다. 이날 원화 가치가 11개월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176.3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급락했다.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국내 금융 시장에서 원화 가치와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7.3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15일(1179.0원)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다. 장중엔 달러당 1179원까지 하락했다. 외국인의 ‘셀(sell) 반도체’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구체화하고, 이르면 연말부터 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176.3원 11개월만에 최저
델타에 발목 잡힌 중국도 악영향
경기둔화 우려 커지며 달러 강세
외국인 6일간 7.5조원 ‘셀코리아’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41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만 457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이 기간에 팔아치운 자금은 7조4574억원에 달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원화 약세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도 760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9%(28.20포인트) 내린 3143.09에 장을 마쳤다. 8거래일 연속 약세로, 지난 5월 17일(3134.52)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코스닥 지수는 2.86% 급락한 1011.05에 마감했다. 지난 6월 21일(1010.99) 이후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공표하고, 오는 11월 테이퍼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이퍼링 속도도 빠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WSJ에 “자산 매입은 내년 중반 모두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조기 테이퍼링을 하면 금리 인상을 앞당길 여력이 생긴다”며 “Fed가 시장의 예상보다 자산 매입을 조기에 마무리한 뒤 금리인상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급락하는 원화가치

급락하는 원화가치

테이퍼링 전망에도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24%까지 떨어졌다. 미 투자매체 마켓워치는 “테이퍼링이 빨라진다는 소식보다 세계 경제의 성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2분기 미국 성장률은 6.5%(전분기 대비 연율)로 시장 전망(8~9%)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은 미국의 성장률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본다. 자산운용사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토마스 그래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몇 주간의 증시 상황을 보면 경제 침체에 대한 공포가 테이퍼링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물 경기 둔화세도 변수다. 지난 16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8.5%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의 전망치(11.5%)를 크게 밑돌았다. 7월 산업 생산도 전망치(7.8%)보다 낮은 6.4%에 그쳤다. 지난달 폭우와 델타 변이 확산이 주요 원인이다. 세계 최대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중국 저장성의 닝보저우산항도 최근 잠정 폐쇄됐다. 마켓워치는 “중국 최대 화물 항구의 정체 현상 심화는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아시아가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도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아프간 리스크’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의 크리스 라킨은 “델타 변이, 다른 나라들의 약한 성장,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투자자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부인할 수 없다”며 “단기적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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