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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말고 ‘딴 우물’ 팠더니, 정유4사 사상 최대 깜짝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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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위치한 잔사유(정제 후 찌꺼기 기름) 고도화 시설의 모습.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위치한 잔사유(정제 후 찌꺼기 기름) 고도화 시설의 모습. [사진 에쓰오일]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를 ‘깜짝 실적 호전’으로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작년엔 5조 넘게 최악 영업손실 #올해는 비정유 사업이 효자 역할 #4사 합쳐 상반기 4조 영업이익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회복 전망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유 4사는 합쳐서 4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GS칼텍스(1조118억원)는 2년 만에, SK이노베이션(1조90억원)은 3년 만에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에쓰오일은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많은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6785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4사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정유 4사는 지난해 전체로 5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역대 최고 적자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유 재고의 평가 손실도 늘었다.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바이오에너지 일종인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바이오에너지 일종인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정유회사는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제외한 이윤(정제 마진)을 중시한다. 국제 유가와 석유 제품 수요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 사업에만 의존해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비정유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에쓰오일의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절반 이상(58.8%)은 비정유 부문(석유화학·윤활기유)에서 나왔다. 에쓰오일은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에 투자한 효과를 봤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를 고도화 시설에서 재처리하면 프로필렌을 만들 수 있다. 이어 산화프로필렌(PO)과 폴리프로필렌(PP)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의 고도화 시설에선 하루 8만4000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했다. 당초 예상했던 물량보다 5%가량 많았다. 윤활기유도 실적 향상에 ‘효자’ 노릇을 했다.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회사 전체의 39.4%를 차지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윤활기유의 비중은 9.8%였다.

정유 4사 영업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유 4사 영업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오일뱅크의 사정도 비슷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4.4%)이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정유 사업에서 나왔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였다. SK이노베이션에선 비정유 사업의 영업이익이 회사 전체의 64.4%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최근 친환경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40.9%)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석유 제품 수요가 살아나며 정제 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정유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정유업계의 정제 마진은 올해 초 배럴당 1~2달러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달 둘째 주에는 배럴당 3.5달러까지 올랐다. 익명을 원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정제 마진이 손익 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정유 부문의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화프로필렌(PO)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주력 품목의 시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윤활기유는 고품질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며 이윤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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