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입차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9000만원이 넘거나, 순수 전기차가 아니어서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수입차도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중이다.
올 수입차 판매 톱10 중 절반 친환경 #테슬라 2·3위, 하이브리드 5·6·7위 #보조금 못받는 고가 전기차도 인기 #1억 넘는 포르쉐 타이칸 933대 팔려
1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판매된 수입차 모델 톱10 중 절반인 2, 3, 5, 6, 7위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또는 하이브리드 차였다. 우선 순수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6292대)과 모델Y(5321대)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또 PHEV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e 4MATIC(3930대)과 BMW 530e(3322대)가 각각 5위와 7위에 올랐다. PHEV는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휘발유를 쓰는 내연기관이 작동하고, 배터리에 그 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렉서스 ES300h(3856대)가 6위다.
9000만원 이상 고가 전기차도 1164대가 팔렸다. 1억원을 훌쩍 넘는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이 933대, 9000만원 후반대인 아우디 e트론이 184대가 판매됐다. 고가 전기차 열풍에 기대 마세라티는 최초의 전동화 모델인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1억1450만~1억2150만원)를 최근 국내에 내놓기도 했다.
수입차 판매분 중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차는 모델3(판매가 5479만~7479만원)과 모델Y(6999만~7999만원)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9000만원 이상인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 6000만원 이상 전기차에는 절반만 지원한다. 모델3 중 6000만원 미만의 롱레인지 트림에는 국고보조금 7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보조금이, 6000만원 이상 9000만원 미만인 모델 3 퍼포먼스와 모델 Y 롱레인지엔 국고보조금 375만원과 지자체 추가 보조금 혜택이 있다. 반면 PHEV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올해 폐지됐다.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지원 대상이 아니다.
친환경 고급 수입차가 많이 팔리는 건 제조사의 친환경 전환 정책과 소비자의 선호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동률 BMW 이사는 “PHEV차엔 보조금은 없지만, 차량 2부제 제외 등 여러 혜택이 존재한다”며 “충전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순수전기차보다는 PHEV 모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동일 메르세데스-벤츠 한성자동차 상무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에 더해 출·퇴근이 일정한 전문직이나 주부들 사이에서 PHEV 모델 문의가 많다”며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고 있어 친환경 차량의 판매가 계속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에도 고가의 친환경 수입차 출시가 다수 예정돼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프(Jeep) 첫 PHEV 모델 ‘지프 랭글러 4xe’를 다음 달 선보인다. 가격은 6000만원대로 예상된다. BMW는 1억원 안팎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X’를 연말쯤 선보인다. 아우디는 1억∼2억원대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아우디 e-트론 GT’와 ‘아우디 RS e-트론 GT’를,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급 전기차인 ‘EQS450’(1억원대 후반 예상)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유럽서 선전=한편 유럽 일부 국가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7월에 전기차 판매 1·2위에 올랐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판매가 본격화하지 않았고, 기아 EV6가 10월 출시 예정이어서 하반기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유럽 전기차 통계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기아는 시장 점유율 24.1%로 7월 스웨덴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차 시장인 독일에선 현대차가 7월 2373대(점유율 9.3%)의 전기차를 팔아 폴크스바겐(5789대)에 이어 2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