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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고발요청권 행사, 박영선 장관 때부터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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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의무고발요청권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전 장관 취임(2019년 4월) 후부터 최근까지(현재 권칠승 장관) 행사한 의무고발요청이 이전 5년 4개월간 이뤄진 것보다 많아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견제 장치 #월 0.27회서 월 0.96회로 3.6배 #중기부 “무리한 고발 아니다”

박영선 전 장관 전후 중기부 의무고발 요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영선 전 장관 전후 중기부 의무고발 요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6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 의무고발요청제도 시행 이후 박 전 장관 취임 전까지 중기부가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건 17차례다. 1달에 0.27회꼴이다. 박 전 장관과 권 장관은 재임 2년 3개월 동안 총 26건의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월 평균 0.96회로, 이전과 비교하면 3.6배에 달한다.

의무고발요청 제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견제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중기부 장관·조달청장·검찰총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검찰에 고발장을 내야만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박 전 장관 때부터 중기부가 부처 힘을 내세우고 있다”며 “형벌 만능주의로 가는 분위기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관별 의무고발요청 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관별 의무고발요청 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기간(박영선·권칠승 장관) 중기부 요청에 따른 고발 건 중 검찰 수사가 끝난 사건(19건)의 3분의 1가량은 불기소 또는 공소기각이 내려졌다. 공소기각은 소송 조건이 결여돼 재판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13건은 기소했지만, 이 중 8건이 약식절차에 의한 벌금형에 그치면서 정식 재판이 열리지도 않았다. 2019년 4월 전까지 중기부가 고발 요청한 17건 중 불기소로 끝난 사건은 1건이었다. 박·권 장관 때 고발요청이 늘면서 무리한 고발이 상당수 이뤄졌다는 의미다.

중기부는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4개 회사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한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전원회의를 열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 43억 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신 공정위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배당을 가져가거나 이익을 얻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중기부가 고발권을 행사한 것이다. 윤창현 의원은 “뒤늦게 의무고발권을 행사하면 기업은 중복 수사와 이중 처벌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고발권의 효율적인 행사를 위해 기관 간 정례협의 등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고발요청권 행사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2019년 국회에서 제기됐고, 박 전 장관이 불법은 엄정 단속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게 영향을 미쳤다”며 “내부·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에서 기준에 따라 고발하는 것이기에 무리한 고발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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