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빨리 공항가라” 긴급 메시지…카불 한국대사관 직원, 미군 헬기로 탈출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공관원 대부분이 지난 15일 현지를 탈출했다고 16일 외교부가 밝혔다. 현지 생업을 이유로 끝까지 남아있던 마지막 교민 한 명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카불을 벗어나려고 공항에 도착해 미군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최태호 대사 등 공관원 3명은 대사관 문을 잠가놓고 카불 모처에 피신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교민도 카불 공항에 도착 #최태호 대사 등 공관원 3명 잔류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 총성이 요란하고, 공항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공관원들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주아프간 대사관은 현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본부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주재의 화상회의를 두 시간 넘게 진행했다.

회의 막바지에 최 대사 등 공관원들에게 우방국들에서 “상황이 급박하니 한국 공관원들도 빨리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긴급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 장관이 “일단 뺄 수 있는 건 다 빼라”는 결정을 내리자 공관은 기밀문서 등을 폐기하며 급박하게 철수에 나섰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이미 마비 상태였다. 이 공항은 민간과 군사 부문으로 나뉘는데, 두바이에서 들어오던 민항기가 이날 오후 회항하는 등 민간 부문은 마비됐다. 군사 부문도 미군 군용 자산만 겨우 오가는 수준이었다. 외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카불 공항은 순식간에 활주로까지 몰려든 인파와 이를 통제하려는 미군의 경고 사격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상반기 미국과 체결한 ‘아프간에서 유사 상황 발생 시 한국 공관원들의 철수를 미국이 지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위력을 발휘했다.

MOU에 따라 한국 공관원들은 대사관에서 공항까지 미군 헬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고, 공항에서 중동의 제3국으로는 미군 자산을 활용해 빠져나갈 수 있었다.

최 대사 일행이 언제 카불을 떠날지는 미정이다. 외교관계 등 변수가 있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 리비아나 예멘 사태 때 대사관이 철수했으며 현재 각각 튀니지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임시로 공관을 운영 중”이라며 전례를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