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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심'에 약한 이재명, 보라색 차림으로 '성평등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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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성평등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최대 취약점인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날 오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정책 발표 간담회에 여성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 마스크와 넥타이를 착용한 채 나타난 이 지사는 “성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누구나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은 OECD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 채용 성차별, 일터에서의 성희롱·성폭력, 경력단절까지 겪어왔다”며 고용·성범죄·건강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여성 공약을 쏟아냈다.

육아휴직·젠더폭력…여성 공약 ‘패키지’로 발표

여러 정책 중 이 지사가 가장 앞세운 건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는 “일하는 모든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정규직 등 불안정 일자리 노동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점진적으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 아빠도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밖에도 젠더폭력 방지 대책으로 ▶‘경기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모델의 전국 확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약속했고,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노동위원회 산하 ‘고용공정위원회’(가칭) 설치 ▶기업의 채용 성차별 신고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에게 공표 등을 언급했다.

임신·출산·월경 등 여성 건강 관련해서는 경기도의 ‘여성청소년 기본 생리용품 보편지원’과 경기도형 공공산후조리원 모델 전국화 등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육아휴직 중인 30대 남성 시민,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 등 이 지사가 발표한 정책과 관련된 당사자들도 참석해 정책 제언을 나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여성’, 이재명 최대 아킬레스건

이 지사가 여성 정책을 패키지로 발표하는 등 여심 잡기에 공을 들이는 건 젊은 여성층에서 유독 고전중인 지지율 탓이 크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발표(9~10일 조사)한 민주당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 지사는 33.1%를 얻어, 2위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21.8%)에 큰 차이로 앞서는 1위였다. 그러나 18~29세 여성만 놓고 봤을 땐 이 지사가 24.6%, 이 전 대표가 29.4%였고, 30대 여성에서는 이 지사(13.6%)와 이 전 대표(38%)의 격차가 훨씬 더 커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30 여성층에서의 약세라는 아킬레스건 극복을 위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당사자인 권인숙 의원 등 상징적인 인사를 영입했고, ‘여성미래본부’도 설치했다. 또 지난 7일엔 부인 김혜경 여사와 장인어른 고향에서 손을 잡고 걷는 사진과 함께 “김혜경의 남편, 이재명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자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일 오전 장인 어른의 고향인 충북 충주시 대소강 마을을 방문해 부인 김혜경씨와 대화하며 걷고 있다. 이재명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일 오전 장인 어른의 고향인 충북 충주시 대소강 마을을 방문해 부인 김혜경씨와 대화하며 걷고 있다. 이재명 캠프

이 지사는 이날 성평등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오늘 발표가) 제1차, 이게 끝이 아니란 뜻입니다”라며 여성 관련 공약의 추가 발표를 시사했다. 여성 지지율에 대해선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남성 지지율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며 “여성분들께서 남성 지지자만큼 많이 지지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익 내정, 이재명 ‘품성’ 의구심 강화”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지사가 정책 발표만으로 20·30세대 여성 표심을 잡기는 힘들 것이란 회의적 전망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은 수년 동안 누적되면서 이 지사에게 거친 인상을 부여한 논란들”이라며 “몇 차례 공약 발표로 극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도 “20·30대 여성들은 후보의 인격을 기준으로 호불호를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최근 벌어진 ‘황교익 내정’ 논란은 정치 편향이 강한 인물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품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여러 루머와 정책 추진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여성들에게 남성중심적이란 인상을 주는 점을 잘 안다”며 “여성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책을 꾸준히 마련하는 진정성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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