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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들의 무덤’ 아프가니스탄, 영국·러시아 이어 미국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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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 발을 들였던 미국이 사실상 패퇴하자 ‘열강의 무덤’으로 불려온 아프간의 역사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중앙아·남아시아·중동 잇는 요충지 #9·11 뒤 집권 탈레반과 전쟁 시작

아프간은 열강이 끊임없이 탐내온 나라다. 중앙아시아·남아시아·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아프간 주도권을 놓고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다.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남하하자 영국은 이를 견제할 목적으로 아프간을 침공했다. 영국은 제1차(1838~42), 제2차(1878~80), 제3차(1919년)에 걸쳐 아프간과 전쟁을 치러 일시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해 지배했다. 하지만 아프간군의 끈질긴 저항에 부닥쳐 결국 1919년 아프간 독립을 허용했다.

소련은 냉전 시기인 1979년 12월 당시 친소련파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무자헤딘(전사들)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했다. 사회주의 정부를 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국 10년간 전쟁 비용으로 840억 달러(약 97조원)를 쏟아붓고 병력 5만 명을 잃은 채 1989년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쟁의 실패가 소련 해체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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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 남부에서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처음 등장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적 지원 속에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1996년 당시 라바니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탈레반 정권은 2001년 알카에다의 9·11 테러로 무너졌다. 미국은 9·11 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10월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후 탈레반은 20년을 버텼고 미군 철수가 끝나기도 전에 수도 카불을 함락하면서 또다시 아프간의 새 주인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프가니스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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