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침대 아래 돈 찾아" 홍수 속 숨진 아내의 마지막 문자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14:04

업데이트 2021.08.13 16:27

중국 후베이성 쑤이현 폭우 피해 모습. 11~12일 12시간 만에 503mm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seasky 유튜브 캡쳐]

중국 후베이성 쑤이현 폭우 피해 모습. 11~12일 12시간 만에 503mm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seasky 유튜브 캡쳐]

“만약 내가 죽는다면 당신은 침대 밑에 비닐봉지에 넣어둔 돈을 꼭 찾아”

12일 후베이(湖北)성 쑤저우(隨州)시 류린(柳林)진. 이날 새벽 5시 13분 주민 지(季)씨의 휴대폰에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아내 공(龔)씨는 인근 마트에서 야간 근무 중인 상태였다. 깜짝 놀라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中 후베이성, 12시간 만에 503mm 폭우
야간 근무 아내, 남편에 문자 남기고 숨져
단층 대부분 침수, 갑자기 불어난 물 못 피한 듯
주민 “전날 경보 없어...새벽 4시 첫 사이렌”

12일 새벽 아내 공씨가 남편에 보낸 문자메시지. “만약 내가 죽는다면 당신은 침대 밑에 봉지에 넣어둔 돈을 꼭 찾아” [샹요신문 캡쳐]

12일 새벽 아내 공씨가 남편에 보낸 문자메시지. “만약 내가 죽는다면 당신은 침대 밑에 봉지에 넣어둔 돈을 꼭 찾아” [샹요신문 캡쳐]

비는 전날 밤 8시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당시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별다른 생각없이 일찍 잠이 들었던 그는 새벽 3시경 건물에 비가 내리치는 ‘탁탁’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빗줄기는 점점 빠르고 거세졌다.

새벽 4시, 물이 불어나는 게 보였다. 빨라진 물살은 도로를 휩쓸고 지나고 있었다. 불과 1시간 만에 거리의 물은 2m 가까이 차 올랐다.

아내의 문자를 받은 건 이때였다. 지씨는 현지 매체 샹요(上游)신문 기자에게 “당황한 마음에 아내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12일 폭우가 몰아친 중국 후베이성 쑤저우시 쑤이현 모습. [seasky 유튜브 캡쳐]

12일 폭우가 몰아친 중국 후베이성 쑤저우시 쑤이현 모습. [seasky 유튜브 캡쳐]

상황이 급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이런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조급해진 남편 지씨가 1층으로 내려갔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마을 길에 비해 집이 다소 오르막에 위치해 있는데도 이미 1층의 절반 높이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 길 아래 단층 집들은 이미 물에 잠겨 지붕만 보였다. 아내가 일하는 마트 역시 1층짜리 건물이었다.

새벽 6시, 아내의 전화는 여전히 불통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2시간이 지난 오전 8시경, 지씨는 불어난 물이 흘러가는 속도가 다소 늦춰지자 500여 m를 헤엄치다시피 해서 마트로 향했다. 8시 20분, 지씨는 바닥으로 얼굴을 향한 채 물에 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그녀의 옷자락이 진열대에 걸려 있었다.

샹요신문은 아내 공씨의 여성 동료도 마트에서 떨어진 인근 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폭우가 휩쓸고 간 쑤저우시 류린진 [샹요신문 캡쳐]

폭우가 휩쓸고 간 쑤저우시 류린진 [샹요신문 캡쳐]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오전 9시, 또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지씨 작은 아버지의 부인과 10살짜리 그녀의 손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숙부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같은 마을에 집이 있었다. 지씨는 "안방에서 함께 자던 숙모와 조카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발견됐을 당시 바닥엔 20㎝ 높이의 진흙물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지씨는 마을의 홍수 경보를 알리는 사이렌이 이날 새벽 4시가 돼서야 울렸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경고는 없었다.

이날 후베이성 류린진에선 12시간 만에 503㎜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새벽 4~7시 사이 373.7㎜의 비가 쏟아졌고 오전 5시와 6시 사이 2시간 연속 강우량이 100㎜를 넘겼다고 현지 기상당국은 밝혔다.

이 비로 류린진에서만 8000여 명이 수해를 입었고, 21명이 숨졌다. 4명은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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