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비통신 성적표 살펴보니…IPTV가 ‘효자’, AI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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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2분기 실적 중 비통신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통신 3사 2분기 실적 중 비통신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동통신사의 ‘탈통신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로 인터넷TV(IPTV)가 성장을 이끌고 있을 뿐 ‘디지털 플랫폼 전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TV·커머스 덕에 매출 27~38% 차지 #AI·로봇·메타버스 신사업은 ‘시동 거는 중’

12일 중앙일보가 SK·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비통신 부문 매출을 분석했더니 각 사에서 3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무선 통신 매출 및 단말기 수익(통신) 매출을 뺀 수치다. 다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통신 매출 상당 부분을 IP TV와 커머스 등이 이끌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2분기 매출 4조8183억원, 영업이익 3966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7%, 10.8%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비통신 영역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1% 증가한 1조5779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매출 대비 비통신 매출의 비율은 32% 정도였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각 사]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각 사]

이보다 앞서 분기 실적을 발표한 KT는 통신 3사 중 비통신 매출이 가장 많았다. 전체 매출 4조4788억원 중 비통신 매출은 1조7089억원이었다. 비율로는 38% 수준이다. 탈통신의 첫 걸음을 뗀 2010년(10%)보다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등 구독형 서비스와 인공지능(AI)·로봇·디지털 바이오와 같은 신사업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에 비해 아직 통신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해 2분기 매출 3조3455억원 중 비통신 매출은 9275억원으로 약 27%였다. 본업인 5세대(5G) 통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5G MEC(모바일엣지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부산 신항과 여수 광양만의 스마트항만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통신 업계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탈(脫)통신’을 내세우면서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성장이 정체한 통신 분야의 매출 증가율이 연 5%를 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3사 모두 비통신 영역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2010년부터 시작된 ‘통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는 최근 디지털 전환 분위기에 힘입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큰 방향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AI 컴퍼니’로 전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구현모 KT 사장 역시 “차별화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2025년까지 매출 20조원, 이 중 절반을 비통신이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제시하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비통신 분야의 매출 비중을 현 20% 수준에서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ICT 매출 증가율 5% 안팎…가장 큰 숙제

탈통신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이다. 이를 위해 통신 3사는 클라우드·AI뿐 아니라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 같은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ICT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비통신 매출 상당 부분을 기존 자회사나 IPTV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PTV는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ICT 관련 매출 증가율은 5% 안팎이다.

이동통신 3사 로고가 게시된 통신대리점 간판.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로고가 게시된 통신대리점 간판. [연합뉴스]

지난 2분기에도 SKT의 미디어 사업(IPTV 등)을 담당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매출은 997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번가 등 커머스 부문의 매출도 2110억원 정도다. 전체 비통신 매출의 76%에 달하는 액수다. KT도 인터넷·IPTV가 9740억원, 기업 회선이 2786억원에 달했다. AI·DX(디지털 전환)는 1372억원으로 전체 비통신 매출의 8%에 그쳤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콘텐트 생산이 아닌 유통만 하는 IPTV는 사실 통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며 "SKT는 비통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고 KT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통신과 관계 없는 OTT 사업이나 모빌리티 등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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