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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역도 백신도 ‘신뢰 잃은 리더십’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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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1일 2000명 선을 처음 돌파하면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과 백신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중앙포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1일 2000명 선을 처음 돌파하면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과 백신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중앙포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어제 2000명 선을 처음 돌파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해 초래된 방역 참사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도입마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223명 확진에 “세계적 현상”이라는 대통령 #못 지킬 약속 말고, 정보 제대로 공개해야

오명돈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국민의 70%를 접종해도 5차 유행은 온다. 델타 변이 때문에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방역과 백신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신뢰를 상실한 리더십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확진자가 2223명을 기록하자 “우려가 크다”면서도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는 언급도 했다. 마치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지한 사과도 없었다.

앞서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은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올리면서 “짧고 굵게 끝내고 조기에 상황을 반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방역의 고삐를 잡지 못했고, 백신 부족과 도입 차질로 접종 백신과 일정이 수차례 바뀌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할 텐데, 현장은 딴판이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4회나 펑크나는 바람에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늦췄으면 백신 효력에 문제가 없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정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냥 넘어갔다. 백신 수급 차질로 접종 일정이 추석 연휴로 늦춰졌으면 연휴 접종 대책이 있는지 알려줘야 할 텐데 국민이 아우성칠 때까지 무대책이었다.

인구당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38위인데도 대통령은 “추석 전에 3600만 명을 (1차) 접종해 집단면역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니 어리둥절해진다. 2차까지 완료한 접종률을 쏙 빼놓고, 큰 의미 없는 1차 접종률만 내세워 차질이 없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한다. 당장 백신이 부족한데 대통령의 ‘2025년 백신 생산 5대 강국 도약’ 등 틈만 나면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니 불신만 키운다. 방역도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예컨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같은 방역 지침은 실효성도 없으면서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지만 전문가들이 “지금은 정점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니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과 백신 대책을 근본적으로 대수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