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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언급 '9월 3600만명 조기달성'에 화이자도 고무줄 접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 55~59세(1962~1966년생)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모더나 접종 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만 55~59세(1962~1966년생)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모더나 접종 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8월 도입) 물량이 반 토막 난 건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다. 그런데 왜 화이자 접종 간격도 늘어난 거냐.”

50대 접종자 이모(59)씨의 반문이다. 이씨는 오는 24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앞뒀었다. 하지만 9일 예약날짜가 다음달 7일로 2주 밀렸다. 정부가 모더나의 8월 도입물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급하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면서다. 두 백신은 3분기 주력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씨와 같은 의문을 가진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화이자는 권고 기간이 3주인데 2배나 늘어나도 되는 거냐’ ‘3주 간격으로 그냥 접종했으면 좋겠다’ ‘현장 혼란 때문에 간격을 맞추는 거냐’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모더나 외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까지 늘린 건 모더나 부족분을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기 위한 접종방안으로 풀이된다. 화이자 2차 물량을 당겨 모더나 1차 접종 대상자에게 맞추는 방식이다. 2차 접종보다 1차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1차 접종률 확대에 사활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1차 접종자 확대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정부는 1차 접종만 해도 중증으로의 악화와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선 긋는다. 근저엔 ‘9월 3600만명 1차 접종 완료’라는 목표 달성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목표는 정부가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강조해왔다. 지금도 변함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40% 이상의 국민이 1차 접종을 끝냈고, 추석 전 36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며 조기 달성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계획한 목표는 맞춰야 하는데 백신이 부족하니 접종 간격을 6주까지 연장해가면서 1차 접종률을 올리려는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백신 간격을 고무줄 늘이듯 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9월까지 3600만명을 1차 접종해봤자 집단면역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초 제시된 3600만명이란 숫자는 (변이가 유행하는) 지금의 감염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상태”라며 “델타(인도) 변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전 국민의 84%(4200만명)가 백신을 맞아야 감염을 줄일 수 있다. 거의 성인 전부가 맞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3600만명 1차 접종 달성에만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치명률·위중증 예방 위해선 접종 완료자 확대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고3 수험생과 교직원들이 10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2차 백신을 접종받기위해 접수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고3 수험생과 교직원들이 10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2차 백신을 접종받기위해 접수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치명률을 낮추고, 위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1차 접종을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고령자, 고위험군의 2차 접종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대응을 위해서는 신속한 접종 완료도 중요하지만, 입원이나 중증 예방을 위해 1차 접종자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라며 “영국이나 캐나다에서 먼저 접종한 나라들의 발표 자료를 보면 1차 접종 시의 입원과 중증예방 효과가 화이자는 94%, 모더나는 96%로 높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기석 교수는 “해당 데이터는 화이자나 모더나 측에서 명확히 입증된 데이터가 아니다”며 “이런저런 연구가 나오는 건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지 이걸 가지고 1차 접종 늘리는 걸 합리화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교수는 “델타 변이가 우세 종이 된 상황에서 1차만 접종하고 6주를 기다리게 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확산이 되겠냐”며 “50대 연령층과 건강 취약계층 순으로 제약사가 권고한 접종 간격을 유지하면서 2차 접종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백신 1회 접종만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보호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게 치명률이나 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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